정치인 고령화…”미국 70대는 과거 50대”

사상 최고령 대통령 내년 취임…트럼프 74세 vs 바이든 78세

스가 일본 총리,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 “70대 활동 왕성”

내년 1월 20일에 취임 선서를 하는 미국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 될 전망이다.

취임 선서를 할 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4세,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는 78세가 돼 1985년 재선 이후 73세에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기록을 경신하기 때문이다.

잭 골드스톤 조지메이슨대 공공정책과 교수는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기고한 글에서 “한 세대 전만 해도 70세는 퇴직 연령을 넘어선 고령이었지만, 최근에는 더는 아니다”라면서 “미국인, 특히 대졸 이상 백인은 더 오래, 건강을 유지하며 활동적으로 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는 지속해서 연령과 장애에 관한 흔한 비유에 의존해 상대방의 건강에 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트럼프 선거 캠페인은 바이든 후보를 휠체어에 탄 장애가 있는 고령자이자 잠재적으로는 양로원에 가야 할 사람으로 묘사하고 있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은 경사로를 오르내리는 데 문제가 생겨 비난을 받았다.

미국에서 고령 대통령의 건강이 문제가 된 적은 종종 있었다. 우드로 윌슨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60대에 재임 중 쓰러져 심신이 약화하면서 고통받았고, 레이건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뒤 5년 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고령에도 건강을 유지하며 활동적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워싱턴DC와 뉴욕에서 남성의 기대수명은 1990년부터 2015년까지 13.7년 늘어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7년 75세 이상 미국인 중 4분의 3 가까이는 건강 상태가 훌륭하다고 답했다. 1991년에는 3분의 2만이 이같이 답한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두 대선 후보 모두 치매 위험이 있다는 데 대한 우려도 제기되지만,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이 여생 동안 치매에 걸릴 확률은 1995년 25%에서 최근 18%로 낮아졌다.

고령에 따른 다른 취약점도 최근 해결되고 있다. 기동성과 시력, 청력 저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불가피한 결과로 간주됐는데, 최근에는 인공관절 교체, 백내장 수술, 보청기 등에 힘입어 80대도 테니스를 치는 시대가 왔다고 골드스톤 교수는 지적했다.

이에 따라 2005년에 비해 신규 최고경영자(CEO)의 연령은 20% 높아졌고, 현직 CEO 중 40%는 60세가 넘었다. 미국 의회에서 하원의원 중 36명, 상원의원 중 14명은 75세를 넘어섰다. 상원의원 중 7명은 80세 이상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78세,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80세다.

전 세계적으로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71),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70),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71)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71) 등 고령의 정치지도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포린폴리시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웅 중 하나인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는 76세에 마지막 임기를 시작했고, 일본은 1975년 이후 7명의 총리가 임기 중 70세 이상이었다.

골드스톤 교수는 “70대 대통령을 갖는 것은 우려의 원인이 돼서는 안 된다”면서 “실제로 이는 미국의 현 정치 상황을 볼 때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령 지도자는 보유 역량 측면에서 젊은 지도자들과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장기는 경험이다. 수십년간의 경험을 보유한 지도자는 앞서 여러 위기에 직면했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지, 실수를 피할 수 있는지 안다.

그들은 힘든 결정을 하는게 어떤지, 어떻게 하면 장기적인 관점을 취할 수 있는지 안다. 그들은 혁신에는 강점이 덜할지 모르지만, 동시에 양극화는 덜할 것이라고 골드스톤 교수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