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인 첫 승소’, 친부는 끝내 묵묵부답

미국 입양인 강미숙씨 첫 면담…경호원 대동하고 나와

얼굴 가린 채 말안해…강씨 “단둘이 이야기 좀 했으면”

해외 입양인 중 최초로 ‘친자 인정 소송’을 벌여 승소한 카라 보스(39세로 추정·한국명 강미숙) 씨가 마침내 친부와 첫 면담을 가졌다.

그러나 강씨의 친부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강씨는 친부 얼굴도 제대로 볼 수 없었다.

16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강씨는 전날 변호사 사무실에서 친부 A씨와 만났다.

법원이 A씨를 강씨의 아버지로 인정한 후 첫 만남이다. 유전자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강씨는 A씨의 혼외자식이다.

그러나 A씨는 이날 가족들이 붙여 준 경호원 2명을 대동하고 나타나 형식적인 면담만을 했다.

그는 강씨의 질문에 “나는 모른다”, “그런 일 없다”고만 대답했다고 한다. 유전자 검사조차도 한 적 없다고 부인했다.

마스크와 선글라스, 모자 등을 쓴 채로 강씨를 만난 탓에 강씨는 A씨의 얼굴조차 제대로 보지 못했다.

강씨는 “내 말을 아예 듣지 않으려는 것 같기도 했고, 혹은 인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 같기도 했다”라며 “아무튼 매우 적대적인 태도로 1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고 전했다.

강씨가 A씨에게 듣고 싶은 것은 자신의 엄마가 누구인지다. 현재로서는 A씨만이 답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존재다.

1984년 미국으로 입양된 그는 35년 만인 지난해 우연히 DNA로 입양인들의 친부모를 찾는 비영리단체를 통해 A씨의 단서를 찾아냈다.

그러나 A씨와 가족들은 강씨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이에 강씨는 해외 입양인 중 처음으로 친생자임을 인정받는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12일 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소송을 벌이고서야 A씨의 주소지를 파악하고 면접 기회를 얻어냈지만, 친부 측은 첫 만남에서도 좀처럼 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강씨의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이평 양정은 변호사는 “경호원들을 잠시 다른 방에 머물게 하고 단둘이 대화할 시간을 갖도록 하자고 제안했으나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강씨는 금주 중 출국할 예정이다. 그는 여전히 A씨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한다.

강씨는 “아버지와 단둘이 이야기할 수 있는 다음 만남을 갖고 싶다”며 “나의 아버지인데, 그조차도 허락되지 않고 있다”고 슬픔을 표현했다.

해외 입양인 중 최초로 국내 법원에 친생자 인지 소송을 내 승소한 강미숙(카라 보스)씨가 지난 12일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