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윤석열 정부를 믿지 않는다”

미국 외교 전문지 디플로매트 “한일 관계 오히려 악화 우려” 경고

“일본, 강경 자세로 원하는 결과 얻어…이미 다음 정권 등장 걱정”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한일 화해의 기회를 놓치고 있다(Yoon and Kishida are fumbling South Korea-Japan rapprochement)”.

미국의 대표적 외교 전문지인 ‘디플로매트(Diplomat)’가 최근 오피니언을 통해 한국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한일 화해가 결국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예상해 주목받고 있다.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GSIAS) 조엘 앳킨슨 교수는 지난 24일 기고를 통해 “좌파 성향의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 전투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한일 양국의 관계가 보수세력 집권으로 긴밀한 협력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됐다”면서 “윤 대통령이 지난달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회담을 가지면서 잠시 세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앳킨슨 교수는 이어 “한국과 일본이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지만 한국 국민의 대다수는 일본과 북한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을 지지할 것”이라며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정상회담 이후에도 아무 것도 변하지 않고 여전히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면서 일본과의 협력 필요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이같은 변화가 아직 일본에 대한 한국 국민들의 태도를 확실히 바꾸지는 못했지만 북한에 대해 더욱 강경한 노선을 취하는 한편 (무장 위협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군사 협력을 개선하는 문제에 대해 둔감하게 만들었다.

앳킨슨 교수는 “한국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중국의 태도 때문에 한국 국민들은 일본의 무례함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또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미국의 지원은 한국 국민들에게 안보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한편 미국과의 동맹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를 계기로 윤 대통령은 좌파를 자극하지 않고 일본의 군사적 반격(counterstrike) 능력을 수용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윤석열 정부는 2차대전 당시 일본기업이 행한 강제징용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밝힌 뒤 일본 정부가 이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일 것을 기대했다”면서 “이는 1945년 이전 역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새롭고 분명한 사과와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자발적인 보상, 한국에 유리한 경제적 혜택 등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미국이 밀어붙이는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협상에서 미국과 밀접한 관계인 일본 정부가 한국의 입장을 옹호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측의 거듭된 요청과 증가하고 있는 중국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이같은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않고 있다 앳킨슨 교수는 이에 대해 “도쿄(기시다 정부)가 서울(윤석열 정부)을 신뢰하지 못할(untrustworthy) 상대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일본 정부가 이미 다음 한국 정권의 등장을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은 ‘한국에 양보를 했는데 다음 한국 정권이 윤석열 정부의 약속을 뒤집으면 더욱 나쁜 상황에 노출된다’고 보고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해 자신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에) 빨리 양보하는 것은 실수라고 믿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이상연 대표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건배하고 있다./한국 대통령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