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직접 쓴 ‘반성문’ 19분간 읽으며 눈물 쏟아

30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서 최후 진술

이건희 회장 언급에 울먹…3년만에 법정서 메시지

2020년 경자년을 하루 남겨둔 12월 30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서울고등법원 312호 법정에서 눈물을 훔치며 울먹이는 중년 남성의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자신을 ‘아버지를 여읜 아들’이라고 소개한 이 사람은 약 19분간 마이크를 잡은 채 미리 준비해온 말을 한글자씩 읽어 내려갔다.

이날 법정에서 3300여자의 반성문을 읽은 인물은 국내 1위 대기업이자 글로벌 스마트폰, 반도체, TV 등 세계적 전자기업 삼성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피고인 신분으로 2017년 2월 기소된 이후 무려 3년 10개월만에 열린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서 최후진술을 진행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서 피고인으로서 최후진술에 나선 건 지금으로부터 약 3년 전인 2017년 12월 27일 이후 처음이다.

앞서 아홉번의 파기환송심 공판에 출석했던 이 부회장은 법정 안에서 단 한차례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적으로 대유행하고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지난 10월 세상을 떠났다.

이날 이 부회장이 19분간 진행한 최후진술의 대부분은 자신이 꿈꾸는 ‘뉴 삼성’의 미래 비전을 소개하는 데 할애됐다.

삼성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이 부회장의 최후진술은 몇주에 걸쳐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어떤 일이 있어도 앞으로 제 개인적인 이익을 취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로지 회사 가치를 높이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만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재벌 폐해를 개혁하는 일에도 과감히 나서고 우리 사회와 국민에게서 평생 갚지 못할 만큼 받은 빚을 꼭 되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0월 별세한 고 이건희 회장을 언급하는 동안 수차례 울먹였다. 뒤돌아서 눈물을 닦는가 하면 잠긴 목을 풀기 위해서 연거푸 물을 마시기도 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이 회장에 대해 ‘회장님’이라는 단어를 꺼낼 때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으나 ‘아버지’란 말을 입에 담으면서는 눈물을 삼켰다.

이건희 회장 영결식 당시 아버지를 능가하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는 의미로 ‘승어부’를 언급했던 추도사와 관련해서도 이 부회장은 “선대보다 더 크고, 더 강하게 키우는 것이 최고의 효도라는 가르침이 머릿속에 강렬하게 맴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 너무나도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면서 “진정한 초일류기업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것이 기업인 이재용이 추구하는 일관된 꿈”이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 부회장은 “죄를 물으실 일이 있다면 저한테 물어달라”며 “옆에 계신 선배들은 평생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분들”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촉구했다.

이 부회장의 앞으로 행보는 내년 1월 18일 결정된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