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팝송 영어] Elvis Costello ‘She’

여성은 한없이 신비롭고 변화무쌍한 존재입니다. 특히 사랑하는 여성을 바라보는 남성은 하루에도 수백번씩 달라 보이는 그녀의 모습 때문에 때로는 설레기도, 때로는 불안하기도 합니다.

영국 가수 엘비스 코스텔로가 부른 ‘She’는 이러한 남성의 심리를 절묘하게 묘사한 노래입니다. 평범한 영국 서점 주인과 할리우드 스타의 사랑을 그린 영화 ‘노팅 힐’에 삽입된 이 노래는 사랑에 있어서 대개 ‘약자’인 남성의 유리같은 불안감으로 시작됩니다.

그녀의 얼굴은 결코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지만 기쁨이 될지 후회가 될지 모르는 일입니다(She may be the face I can’t forget, a trace of pleasure or regret). 사랑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더 큰 아픔은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보물이 될지 빚이 될지, 여름처럼 따뜻한 노래가 될지 가을 바람처럼 서늘한 아픔이 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녀는 하루에도 100번 이상 달라 보이는 존재이니까요.

남자의 탄식은 이어집니다. 그녀는 미녀일 수도 있고 야수일 수도 있습니다. 풍년이 될지 가뭄이 될지도 모르겠고 하루하루를 지옥과 천국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는 존재입니다. (She may be the beauty or the beast, may be the famine or the feast, may turn each day into a Heaven or a Hell).

이렇듯 불안에 짓눌려 방황하던 남자는 갑자기 ‘아하 모먼트(A-ha moment)’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이 사실은 그녀의 껍질안에 있는 본성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She may not be what she may seem inside her shell). 사람들 앞에서 항상 밝고 행복해 보였고 눈빛은 자신감에 넘치지만 그녀의 가슴 속에도 눈물과 상처가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사랑이 지속될 것 같지 않아 오히려 자신이 없었던 것도 사실은 그녀였고, 죽을 때까지 기억할 과거의 그늘이 있기 때문에 방어적인 모습을 보인 것도 그녀였습니다 (She may be the love that cannot hope to last, May come to me from shadows of the past that I remember ’til the day I die).

결국 이 사랑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 자기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180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녀가 내가 살아 남아야할 이유이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목적이라고 용기내어 말하는 것입니다. 어렵고 힘든 세월을 보내며 내가 돌봐야할 유일한 존재인 그녀의 웃음과 눈물도 모두 미래를 위한 기념품으로 간직하겠다고 말합니다. 내 인생의 의미는 오직 그녀, 그녀 뿐이라는 고백으로 노래는 끝을 맺습니다.

노래를 들으면서 애틀랜타를 찾은 나태주 시인의 시 2편이 떠올랐습니다. 첫번째 시인 ‘너에게 감사’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단연코 약자라는 비밀/어제도 지고 오늘도 지고 내일도 지는 일방적인 줄다리기/지고서도 오히려 기분이 나쁘지 않고 홀가분하기까지 한 게임/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더 많이 지는 사람이 끝내고 승자라는 비밀/그걸 깨닫게 해준 너에게 감사한다.”

사랑을 놓치기 싫어 항상 져주는 사람이 오히려 사랑의 승자라는 비밀, 내 인생의 의미가 너 뿐이라고 고백하는 사람이 결국 사랑의 주도권을 갖는다는 비밀을 말하는 듯합니다.

다른 시 ‘풀꽃’은 또한 이렇게 속삭입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 변화무쌍한 그녀를 한결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사랑할 때 여러분도 시인과 같은 ‘아하 모먼트’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상식을 뛰어넘는 가슴 벅차는 사랑은 영화 ‘노팅 힐’에서만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대표기자

노팅 힐 사운드트랙

 

[가사]
She may be the face I can’t forget
A trace of pleasure or regret
May be my treasure or the price I have to pay
She may be the song that summer sings
May be the chill that autumn brings
May be a hundred different things
Within the measure of a day

She may be the beauty or the beast
May be the famine or the feast
May turn each day into a Heaven or a Hell
She may be the mirror of my dreams
A smile reflected in a stream
She may not be what she may seem
Inside her shell

She, who always seems so happy in a crowd
Whose eyes can be so private and so proud
No one’s allowed to see them when they cry
She may be the love that cannot hope to last
May come to me from shadows of the past
That I remember ’til the day I die

She may be the reason I survive
The why and wherefore I’m alive
The one I’ll care for through the rough and ready years
Me, I’ll take her laughter and her tears
And make them all my souvenirs
For where she goes I’ve got to be
The meaning of my life is
She, she
Oh, she

나태주 시인이 친필로 쓴 ‘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