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연의 미국정치 이야기] 17. 미국 선거는 왜 11월에 치러질까?

한국 선거일자는 제각각…미국은 농업경제 반영해 ‘추수 후’ 선거 실시

교회 출석 등 고려해 화요일로 고정…보통 짝수해 11월 2~8일 치러져

지난달 한국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습니다. 직선제가 도입된 지난 13대 대선부터 18대 대선까지는 12월 중순에 치러졌지만 18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지난 19대부터 선거일자가 변경된 것입니다.

18대까지 대통령 선거가 12월 중순에 실시된 이유는 5년 임기의 대통령 직선제를 규정한 헌법이 13대 대통령 임기가 1988년 2월 25일 시작된다고 규정했기 때문입니다. 하위 법률인 공직선거법이 ‘임기만료일 전 70일 이후 첫 수요일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정해 선거일이 12월 중순이 된 것입니다. 물론 탄핵 사태로 인해 앞으로는 3월 초 수요일에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보입니다 .

이밖에 4년 임기의 한국 국회의원 선거는 4월에 실시되고 지방선거는 6월에 치러집니다. 보궐선거나 재선거는 수시로 치러지기 떄문에 정해진 날짜가 따로 잡혀있지 않습니다.

◇모든 선거 11월 2일에서 8일 사이 실시

반면 미국의 선거는 모두 11월에 치러집니다. 그것도 ’11월의 첫 월요일의 다음날인 화요일(Tuesday next after the first Monday in the month of November)’에 치러지도록 연방 법률로 규정돼 있습니다. 날짜로 따지면 11월 2일부터 8일 사이가 미국의 선거일이 되는 것입니다. 올해 2022년의 경우 11월 7일이 첫 월요일이기 때문에 다음날인 11월 8일이 선거일이 됩니다.

미국 선거를 11월에 치르도록 규정한 법률은 지난 1792년 제2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처음 제정됐습니다. 이 연방 공직선거법은 “12월의 첫 수요일 34일 전 이내에 각 주는 대통령 선거인단을 선출할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즉 11월 초부터 12월 초 사이에 각 주가 대통령 선거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11월을 대통령 선거일로 정한 것은 당시 농업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농부들이 수확을 마치는 시기인 동시에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되지 않아 교통이 원활한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과 공화당 상징색으로 조명을 밝힌 샌프란시스코 시청 모습/Author Mrbeastmodeallday

◇ 대통령 선거가 같은 날 치러진 것은 1835년 부터

이후 모르스 부호 등 통신 수단의 발달로 한 주의 선거결과가 다른 주에도 영향을 줄 수 있게 되면서 모든 주가 같은 날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이에 1845년 연방 의회는 ‘통합 선거일(uniform election date)’ 법안을 통과시켜 ’11월 첫 월요일 다음날인 화요일’을 명문화했습니다. 이 날짜는 12월 첫 수요일로부터 29일 전이기 때문에 기존 공직선거법의 ’34일 전 이내’ 규정을 만족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화요일이 선택된 것일까요? 농부들이 일요일에 교회에 출석한 뒤 보통 수요일에 열리는 시장에 농산물을 팔아야 하기 때문에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선거가 치러져야 하는데 당시 교통으로 투표소까지 가는 시간을 넉넉히 고려해 화요일이 낙점된 것입니다. 당시의 종교 문화와 경제 구조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선택인 셈입니다.

연방 정부가 통합된 선거일자를 정하자 각 주들도 선거 비용 절감과 관리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 주정부와 로컬정부의 선거일자를 같은 날짜로 통일하기 시작했고 결국 모든 미국의 선거가 11월에 치러지게 된 것입니다.

연방 상원 본회의/Source User:LordHarris contends that this is “C-SPAN’s video

◇ 대부분의 선거는 짝수 해에 치러진다

지난 1789년 1월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을 만장일치로 선출한 뒤 1792년 11월 2일 제2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고 이후에는 매 4년마다 대선이 치러지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제59대 대통령 선거는 2020년 11월 3일에 열려 조 바이든 대통령을 선출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해에는 연방하원의원 435명 전원에 대한 선거와 연방상원의원(100명) 3분의 1에 대한 선거, 11개주(델라웨어 인디애나 미주리 몬태나 뉴햄프셔 노스캐롤라이나 노스다코타 유타 버몬트 워싱턴 웨스트버지니아) 주지사에 대한 선거가 함께 치러집니다.

미국 대통령 임기 4년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짝수 해에 열리는 선거를 중간선거(midterm election)라고 합니다. 대통령 선거와 같이 열리지는 않지만 2년 임기의 연방하원의원 435명 전원, 6년 임기의 연방상원의원 3분의 1, 조지아를 비롯한 36개주의 주지사 선출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갖고 있어 정치 역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선거입니다.

올해 2022년 중간선거는 특히 바이든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열려 결과가 주목됩니다. 물론 미국 역사상 중간 선거에서 집권당이 의회 의석을 늘린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이긴 합니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첫번째 임기 중간선거에서 하원 64석, 상원 10석을 잃는 기록적인 참패를 했지만 재선에 성공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첫 중간선거에서 하원 63석, 상원 6석을 잃었지만 재선됐습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원 40석을 잃은 대신 상원은 51석에서 53석으로 늘렸지만 재선에는 실패했습니다.

이처럼 대부분의 미국 선거가 짝수 해에 실시되지만 5개주의 주지사 선거와 6개주의 주의원 선거는 홀수 해에 열립니다. 또한 많은 시와 카운티 지자체 선거가 홀수 해에 치러집니다. 뉴저지와 버지니아주는 지난해인 2021년 주지사 선거가 치러졌고 켄터키와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등 3개주는 내년인 2023년 주지사를 선출합니다. 주지사 임기가 2년인 뉴햄프셔와 버몬트는 짝수 해마다 주지사 선거를 치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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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 1933년 제정된 미국 수정헌법 20조는 대통령과 부통령의 임기 시작 및 종료일을 기존 3월 4일에서 1월 20일로 변경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후 대통령 취임식 날짜도 1월 20일(일요일인 경우 1월 21일)로 고정됐습니다. 건국 당시 임기 기준일이 3월 4일이었던 이유는 이날 미국 헌법이 발효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퇴임을 앞둔 대통령의 권한이 약화되는 이른바 ‘레임덕(Lame Duck)’ 기간을 줄이기 위해 임기 종료 일자를 앞당긴 것입니다. 물론 수정헌법 20조가 11월 선거일자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

이처럼 법률로 보호받는 선거일이지만 이를 변경하자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편입니다. 특히 평일인 화요일이 선거일이어서 투표율이 낮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가장 큽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델라웨어와 하와이, 일리노이, 켄터키, 루이지애나, 몬태나, 뉴저지, 뉴욕, 오하이오 버지니아, 웨스트버지니아 등 11개주는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했습니다. 또한 캘리포니아는 선거일에 근로자들에게 유급휴가를 주도록 규정했고 루이지애나는 주정부와 로컬정부 차원의 선거는 토요일에 실시하고 있습니다.

투표일 제고를 위한 가장 적극적인 대책은 조기투표 및 우편투표 확대입니다. 모든 주가 우편 부재자투표를 허용하고 있고 조지아주를 비롯한 27개주는 특별한 사유가 없어도 우편투표를 할 수 있는 ‘무제한 부재자 투표’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조기투표와 우편투표 참여율이 높아져 선거 판도를 흔들 정도의 위력을 갖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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