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방미 앞두고 용산 외교라인 ‘이상기류

의전·외교비서관 보름간격 ‘사퇴’…방미 조율과정서 일정 보고 누락설 제기

대통령실, 김성한 교체설에 “들은 바 없다”…김대기 실장도 ‘사실무근’ 일축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한 달도 남겨두지 않은 가운데 대통령실 외교·안보 라인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의전비서관과 외교비서관이 연이어 교체된 데 이어 외교·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국가안보실장 거취 문제까지 대통령실 안팎에서 거론되고 있다.

정상외교 최고 이벤트로 꼽히는 ‘국빈 방미’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이와 맞물린 인사조치 성격이 아니겠느냐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김일범 의전비서관이 지난 10일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엿새 앞두고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난 지 약 보름 만이다.

대통령실은 “개인 신상에 따른 사퇴” 내지 “격무에 따른 인사 교체”라고 설명했지만, 대통령 방일·방미 일정이 맞물리는 시점에 핵심 실무 참모들이 연이어 바뀐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외교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직업 외교관 출신인 두 비서관 모두 지난해 5월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일해왔으며 순방 때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왔다.

두 비서관의 연이은 교체 배경에 동일한 중대 사안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복수의 전언이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다음 달 말 국빈 방미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정 관련 보고가 누락되면서 뒤늦게 문제가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측이 방미를 계기로 한류스타 관련 프로그램을 제안했으나, 윤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방미 일정을 두고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참모인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거취 문제까지 일부 언론을 통해 거론되고 있다.

김 실장은 지난 5일부터 3박 5일간 워싱턴을 직접 방문, 미측과 윤 대통령 방미를 조율하기도 했다.

김 실장은 당초 이날 오전 재외공관장회의 일환으로 외교부 청사에서 진행된 ‘지속가능한 평화’ 토론 세션에서 강연할 예정이었지만 토론에 참석하지 않았다. 김 실장은 별도 일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외교부 측은 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김 실장이 지난 24일 윤 대통령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진행된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 불참한 점도 유의미하게 보는 분위기다. 김 실장은 다만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윤 대통령이 주재한 재외공관장 만찬에는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한 언론에 보도된 김 실장 교체 검토설에 대해 “들은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대기 비서실장도 이날 오전 참모들과의 회동에서 ‘김성한 실장 교체 검토’ 보도와 관련해 “사실무근”이란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고위급까지 포함한 인적 쇄신이 추가로 단행되더라도 한미정상회담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치인 출신인 박진 외교부 장관의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도 계속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려 한미정상회담 이후 외교·안보 진용의 전면 개편이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김 실장과 박 장관뿐 아니라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조태용 주미대사, 황준국 유엔대사 등 외교·안보 핵심 요직 수장들의 인선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