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굶주리는 세계인구 3억4천만명”

사상 최대, 중동·아프리카 분쟁지 심각…”기아를 전술 이용”

“팬데믹도 악재…기후위기는 세계가 수십년간 풀어갈 난제”

전세계에서 굶주림에 시달리는 인구가 3억4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유엔 산하기관이 추산했다. 전체 세계인구의 4%가 넘는 규모다.

유엔에 따르면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이 같은 수치가 사상 최다라며 “전 세계가 전례 없는 비상사태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극도의 식량수급 불안정에 놓인 인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되기 전보다 2.5배 이상 늘었다”고 설명했다.

비즐리 사무총장은 “극심한 분쟁이 무고한 민간인 수백만 명을 굶주림으로 밀어 넣는 상황”이라며 “인도적 리더십을 발휘해 식량 안보 위기를 부채질하는 분쟁의 악순환을 끊어달라”고 안보리에 요청했다.

영양실조에 걸린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영양실조에 걸린 아프가니스탄 어린이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4년 말에 시작돼 7년 넘게 내전이 이어진 예멘에서는 1900만 명가량이 심각한 식량 위기에 처했다. 특히 어린이 53만8000명이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소말리아를 방문한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담당 사무부총장은 “소말리아에서 20만 명이 기근에 시달리고 있으며, 11월에는 3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의 식량 위기 분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이 가장 치명적인 단계인 ‘기근’ 상태에 놓여있다.

유엔은 식량 위기의 심각성 정도에 따라 정상(Minimal), 경고(Stressed), 위기(Crisis), 비상(Emergency), 기근(Famine) 등 5단계로 분류하고 있는데, 3단계 이상을 ‘급성 식량 위기’ 상태로 본다.

그리피스 부총장은 “분쟁 당사자들이 민간인의 물자 접근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는 극단적인 일이 벌어진다”면서 “기아가 전술로 이용된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극단적 기상도 식량 위기를 심화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 꼽혔다.

그리피스 부총장은 남수단, 에티오피아, 예멘, 아프가니스탄, 소말리아 등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가 심각한 가뭄으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기후 위기가 지금부터 향후 수십 년간 전 세계가 함께 풀어야 할 ‘핵심 안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리피스 부총장은 안보리에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를 위한 기금 상당 부분을 대출이 아닌 지원금으로 보장하기 위한 장기적 해법을 모색할 것도 촉구했다.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를 위한 기금이란 이상 기후 현상으로 재해 피해를 본 국가에 복구 자금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15일 이안 프라이 유엔 기후변화 인권특별보고관은 폭우로 이재민 수백 명이 발생한 방글라데시에 회복 기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온실가스 주요 배출국이 너무 오랫동안 그들의 책임을 회피했다”며 “이러한 관행을 끝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