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습격에 의료진마저 격리…’병원 붕괴’ 위기

의사·간호사 부족사태에 병상 축소 잇따라…선별 코로나검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변이 오미크론이 강한 전파력을 무기로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서방 선진국’의 대표국가인 미국과 영국의 의료체계가 위기에 직면했다.

막강한 전염성에 의사와 간호사가 차례로 감염돼 격리되면서 환자는 늘어나는데 중환자 병상은 돌볼 사람이 없어 의료진이 태부족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보스턴 소재 비영리 병원 네트워크 ‘매스 제너럴 브리검’은 이달 7일 기준으로 소속 병원의 병상 83개가 의료진 부족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 댈러스의 파크랜드 병원 지구에서도 의료진 1만4천명 중 500명이 코로나19 감염 등으로 업무에서 이탈하면서 900개 병상 중 30개가 폐쇄됐고, 오하이오주 ‘유니버시티 호스피털스’ 산하 병원에선 많게는 16%에 이르는 중환자 집중치료 병상이 가동을 중단했다.

미국의과대학협회(AAMC)는 전체 직원의 5∼7%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일부 병원은 환자들을 최대한 빨리 퇴원시켜 병상 부족 사태를 완화한다는 지침을 세우고 의료진 근무시간을 연장하는 한편, 임시직을 고용하거나 주방위군의 도움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도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된 의사와 간호사의 공백을 완전히 채우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위태로운 수준의 인력부족 상황을 정부에 보고한 미국 내 병원의 수는 이달 6일 기준 1285곳으로 1주일 전보다 9% 늘었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WSJ가 취재한 병원 관계자들은 인력부족 때문에 병상 수를 최근 3∼10%가량 줄여야 했다고 털어놨다.

영국에서도 의료진의 코로나19 감염과 환자 급증으로 의료 과부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국가의료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 산하 병원이 민간병원의 시설과 인력을 동원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처럼 의료기관의 환자 대응 능력은 한계에 부딪히고 있지만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급격히 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자료에 따르면 전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이달 7일 기준으로 3억명을 돌파했다. 미국의 일주일 일평균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지난 9일 70만5620명으로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에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사람이 크게 늘면서 검진기관의 인력부족 문제도 심화하는 추세다. 일부 검진기관은 고육지책으로 검사 대상을 선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노스캐롤라이나대 미생물학 연구실은 코로나19 유증상자와 수술 전 환자, 의료진에 대해서만 검사를 제공하기로 했다.

워싱턴대학은 지난주 일부 검사시설의 운영을 일시 중단하고서 유증상자와 확진자 접촉자를 우선 검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은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를 자국민에 공급하거나 오미크론 변이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신속항원 검사 도입을 서두르는 등 오미크론발 확진자 급증세를 억누를 방안을 찾는 데 부심하고 있다.

미국은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난 일부 항체치료제의 병원 공급을 재개했다. 병원에 치료제가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보건당국은 오미크론 변이에 효과가 의문시된다는 이유로 사용을 중단했던 미국 제약사 리제네론과 일라이릴리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2종의 병원 공급을 재개했다고 10일 보도했다.

의료 현장에선 미국 신규 확진자 95%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들 치료제 공급이 혼란만 낳을 것이란 비판과 함께 아직 델타 변이 감염자 수가 적지 않은 미 서부와 중서부에선 여전히 유효한 대응 수단이란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