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명의 날…LG-SK 영업비밀 소송 판결

ITC, 1년 넘게 끌었던 송사 마무리…조지아 공장도 초미 관심

한국 배터리 업계가 오늘(26일) 중대 분수령을 맞는다.

1년 넘게 진행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간 국제무역위원회(ITC) 최종 판결이 내려지는 날이기 때문이다.

ITC는 26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벌이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해 최종 판결을 내놓는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사 직원들을 대규모로 빼가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ITC는 올해 2월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는 예비 결정을 내렸다. 26일 최종 판결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패소가 확정되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제품의 미국 내 수입 금지 효력이 발생해 정상적인 사업이 어려워진다.

당초 최종 판결일은 지난 5일이었다가 약 3주 미뤄졌으나, 그 사이 양사는 현재까지 극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ITC가 일방적으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하는 판결을 내리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LG화학 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도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투입하며 배터리 공장을 지으며 고용 등 경제적 효과를 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나 배터리를 공급받는 완성차 업체들은 SK이노베이션을 옹호하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이에 따라 ITC가 SK이노베이션의 패소는 인정하되 미국 경제에 대한 영향을 따지는 공익성 평가를 조건으로 달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약 예비 판결을 사실상 전면 재검토한다는 ‘수정’ 지시를 내리면 소송전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LG화학에는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확정, SK이노베이션에는 수정 판결이 가장 유리한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이번 최종판결이 나와도 양사 모두 항소를 할 수 있는 데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과 별개로 특허침해 소송도 진행되고 있어 양사의 소송전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양측 모두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어 최종판결이 합의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예상이 있다.

이와는 별도로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기한 배터리 기술 특허침해 소송과 관련한 청문회는 올해 12월 열린다.

LG화학이 지난해 9월 SK이노베이션과 SK이노베이션 전지사업 미국법인(Battery America)을 상대로 ITC에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 청문회(Evidentiary Hearing)가 12월 10일·11일 이틀간 화상으로 열릴 예정이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자신들의 2차전지 핵심소재인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1건 등 총 4건을 침해해 부당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ITC 행정판사 주관으로 진행되는 청문회에서는 소송 당사자들이 각자의 주장과 상대 측 주장에 대한 반론을 펼치는 절차다.

ITC 특허소송 청문회는 통상 5일간 대면으로 진행되지만,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이번에는 ‘비디오 콘퍼런스’ 형태로 이틀간 화상 청문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청문회를 앞두고 LG화학은 ITC에 특허침해 제소 당시 주장한 일부 청구항(claim)들을 자진해서 철회하겠다고 ITC 측에 요청했다.

LG화학 측은 ‘이틀간 예정된 청문회에서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특허침해 입증을 위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대표적인 청구항들을 선별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ITC 특허소송에서 청문회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다툴 청구항들을 선별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라고도 설명했다.

ITC(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는 미국에 수입된 상품이 자국 산업에 피해를 주는지를 판정하는 정부 기구지만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특허침해 다툼을 판정하는 국제 분쟁조정 기구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번 소송과 관련해 앞서 ITC에 2차전지 핵심소재 관련 특허를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 모듈, 팩, 소재, 부품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과 LG화학의 미국 내 자회사인 LG화학 미시간(LG Chem Michigan Inc.)을 상대로 ITC 측에 제소한 특허침해 맞소송도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SK배터리 아메리카 조지아공장 공사현장/SK이노베이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