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서독 지역 코로나 사망률, 동독의 2.9배 이유는?

NIAID 연구논문 “BCG 결핵백신 연관 가능성”

독일 통일 전 서독에 해당하는 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률이 옛 동독 지역보다 2.9배 높으며, 이는 결핵 백신 접종 여부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0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연구진은 각국의 코로나19 사망률과 ‘불주사’로 불리는 BCG 결핵 백신 접종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은 최근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논문을 통해 코로나19 사망률이 낮은 지역들은 연령분포·소득수준·건강보험제도 등에서 제각각이지만 결핵 백신 프로그램을 운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밝혔다.

독일의 경우 구 동독은 구 서독보다 10년 정도 앞서 유아를 대상으로 결핵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시작했으며, 이 때문에 동독지역 노인이 백신을 맞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이다. 코로나19는 노인들에게 더 치명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상파울루·페르남부쿠, 멕시코 멕시코시티 등 남미의 코로나19 치사율이 미국의 뉴욕·일리노이·루이지애나·플로리다주에 비해 훨씬 낮았다고 밝혔다.

분석대상이 된 남미지역은 북미보다 인구밀도가 훨씬 높았지만, 대신 결핵백신을 접종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치사율은 핀란드보다 4배 높았다.

연구진은 “결핵 백신 접종이 10% 늘어나면 코로나19 사망률이 10% 줄어들 수 있다”고 추정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4월 결핵백신과 코로나19 사망률 간 관계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WHO는 당시 “생태연구의 경우 국가별 인구구성, 질병경비 부담, 코로나19 확진 검사, 질병 확산단계 등 다수의 교란 요인 때문에 중대한 편향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논문에서는 WHO의 우려를 반영해 국가별 자료에 대한 보정작업을 했다면서, 결핵백신이 코로나19 사망률을 낮추는 데 효과적인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다만 그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면서 “결핵 백신이 유아의 선천적 면역반응을 ‘훈련’ 시켰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밖에 연구진은 해당 연구가 초보적 수준으로, 현 단계에서 정부의 정책지침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불주사’로 불리는 ‘BCG 결핵 백신’ [AF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