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패키지 새 화두는 ‘걷기’…고가 상품도 불티

호주 그레이트오션 워크 걷기 상품 800만원에도 40명 참가

일본, 사우디 등 거리두기 가능한 독창적인 아웃도어 ‘인기’

“팔릴 것 같지 않던 고가 호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 걷기 상품에 이렇게 사람들이 몰릴지 몰랐네요.”

아웃도어 전문인 한국 혜초여행사는 최근 호주 빅토리아주 그레이트 오션 워크가 포함된 상품에 20명씩 2개 팀이 출발하게 된 사실에 고무된 상태다.

1인당 여행 경비가 800만 원에 달하는 데다 이 코스가 팬데믹 기간은 말할 것도 없고 처음 한국에 소개된 이후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여행팀을 꾸리지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레이트 오션 워크 걷기길 [사진/성연재 기자]

그레이트 오션 워크 걷기길 [사진/성연재 기자]

 

‘그레이트 오션 워크'(GOW, Great Ocean Walk)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안도로’로 평판이 자자한 멜버른 인근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걸으며 여행할 수 있는 루트다.

GOW는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서쪽 200㎞ 거리의 파도에 의해 침식된 바위들과 절벽으로 유명한 그레이트 오션 로드 옆으로 난 약 91km 거리의 산책로로, 10여년 전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12사도 상이 보이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 걷기길 [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 제공]

12사도 상이 보이는 그레이트 오션 워크 걷기길 [호주 빅토리아주 관광청 제공]

 

이 상품은 GOW를 포함해 태즈메이니아의 크레이들 마운틴 트레킹과 시드니 투어 일정도 포함됐다.

혜초여행사는 1000만 원을 호가하는 8일짜리 사우디아라비아 투어도 최근 한 팀을 꾸려 다녀왔다.

국내에선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암괴석이 즐비한 사우디의 알울라 트레킹 등의 프로그램이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후문이다.

거리두기가 가능한 걷기 상품인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의 경우, 500팀이 완판됐지만 인솔자를 구하기 힘들어 사실상 판매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사우디 알울라의 기암괴석들 [사진/성연재 기자]

사우디 알울라의 기암괴석들 [사진/성연재 기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로 유명한 뉴질랜드의 밀퍼드 사운드 트레킹 상품도 매주 10여 명씩 보내고 있다.

뉴질랜드관광청은 최근 OTT인 티빙을 통해 방영되고 있는 8부작 예능 프로그램 ‘두발로 티켓팅’ 덕분에 무척 고무돼 있다.

한국에서는 티빙에서만 볼 수 있지만, 최근 이 영상물이 tvN 아시아를 통해 동남아에 보급되면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하정우 일행이 뉴질랜드 남섬에서 트레킹과 사이클, 차박 등 아웃도어를 즐기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마운트 쿡의 후커밸리 트레킹 [뉴질랜드 관광청 제공]

마운트 쿡의 후커밸리 트레킹 [뉴질랜드 관광청 제공]

 

뉴질랜드관광청 장소라 부장은 “팬데믹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붐비지 않는 ‘나만의 여행 루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 이유로 파악된다”면서 “비용을 더 들여서라도 붐비지 않는 곳만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내 걷기 상품만을 주로 판매하던 중소 규모 승우여행사는 최근 고가의 베트남 싸파 걷기길 상품을 내놓은 뒤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적기만을 이용하고 숙소와 식당 등도 고가로 꾸몄지만, 계단식 논이 만든 독특한 풍광 덕분에 인기몰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싸파 트레킹 [승우여행사 제공]

베트남 싸파 트레킹 [승우여행사 제공]

 

이 회사는 홍콩의 트레킹 코스인 드래곤스 백 등 상품도 개발할 예정이다.

일반 여행사는 아웃도어 전문 여행사와 체감 온도가 다소 차이가 난다.

참좋은여행의 경우 최근 ‘기차 타고 일본 소도시 여행’이 조용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8일짜리에 300만 원대의 초고가 여행 상품이지만 일본 전통 료칸과 가이세키 코스 요리 등이 포함돼 다음 달 4개 팀이 출발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런 분위기에 힘입어 사내에서 신상품 아이디어 공모전도 벌여 일본 전국 일주 15박 16일 등 모두 5개 상품을 선정해 현재 상품화에 돌입했다.

필자가 그레이트 오션 워크를 다녀온 것은 벌써 11년 전이다.

당시 호주 빅토리아주가 이 루트를 띄우기 위해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좀처럼 불이 붙지 않았다.

그러나 팬데믹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고객들은 고물가와 고금리로 어려운 여건인데도 붐비지 않는 매력적인 곳이라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 태세가 돼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팬데믹이 숨은 보석들을 빛나게 할 소중한 기회로 작용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