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옥살이의 트라우마…누명 벗었지만 결국 자살

10대 때 강간·살인범 몰려 교도소서 청춘 보낸 40대, 거액 보상 받고도 극단선택

억울한 옥살이 끝에 무죄 입증을 받았지만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마이클 손더스 [이노센스 프로젝트 웹사이트 / 재판매 및 DB 금지]

억울한 옥살이 끝에 무죄 입증을 받았지만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마이클 손더스 [이노센스 프로젝트 웹사이트 / 재판매 및 DB 금지]

10대 때 강간·살인범으로 몰려 교도소에서 청춘을 보낸 40대 남성이 긴 법정 투쟁을 통해 누명을 벗고 거액의 보상금을 손에 넣은 지 수년 만에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일리노이 사법당국은 1994년 시카고 남부 잉글우드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돼 17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마이클 손더스(42)가 지난 21일 오전 3시께 시카고 남서 교외도시 호머글렌의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25일 밝혔다.

관할 쿡 카운티 검시소 측은 손더스가 자신의 머리에 총을 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망 원인을 이같이 판정했다.

그러나 이들은 “경찰이 거짓 자백을 강요했다”며 재수사를 요청했고, 2011년 11월 피해자 글로버의 시신에서 채취한 DNA가 수사 초기 용의선상에 올랐던 조니 더글러스의 DNA와 일치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비로소 자유의 몸이 됐다.

손더스와 세 친구는 시카고시와 쿡 카운티를 상대로 ‘부당 판결’에 대한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했고, 2017년 시카고시로부터 총 3100만달러(약 349억원), 2019년 쿡 카운티로부터 총 2960만달러(약 334억원)를 합의금으로 받았다.

손더스의 소송 대리를 맡았던 비영리단체 ‘무죄 입증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 소속 피터 뉴펠드 변호사는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이다. 손더스는 새로운 생활에 잘 적응하면서 같은 처지인 누명 쓴 수감자들의 무죄 입증을 도왔고, 학교에 가서 공부할 계획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뉴펠드 변호사는 손더스가 15살 때 경찰에 체포돼 30대가 되어서야 사회로 나온 사실을 상기하면서 “그는 지금도 밖에 나갈 때면 생기 넘치는 10대 같았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