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심한 피로감에 힘빠지면 ‘열 탈진’

무더위에 어른보다 열 많고 배출은 힘들어 온열 질환에 취약

최근 갑작스런 무더위로 아이들이 급격하게 지치거나 심한 피로감을 호소한다면 ‘열 탈진’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열 탈진은 몸의 중심체온이 37도 이상 40도 이하로 올라가면서 힘이 없고 극심한 피로감에 땀을 많이 흘린다. 또한 창백함, 근육경련, 의식의 경미한 혼미, 중등도의 탈수 증상을 보인다.

아이가 열 탈진 증상을 호소한다면 즉시 활동을 중단하고 그늘이나 기타 시원한 환경으로 이동해야 한다. 시원한 공간에서 과도한 의복은 벗기고 스포츠음료 등 전해질을 함유한 찬 음료를 마시면 대부분 금방 회복된다.

하지만 온열질환을 그대로 열에 방치할 경우 열사병과 같은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소아의 경우 중증 온열질환에 따른 증상이 성인에 비해 심해 더욱 위험하다.

특히 소아는 성인에 비해 신진대사율이 높아 열이 많고, 체중당 체표면적비는 높아 고온 환경에서 열 흡수율이 높다. 반면 땀 생성능력이 낮아 열 배출이 어려워 성인보다 열에 더욱 취약하다.

고온 환경에 노출되면 열로 인해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정맥 내 혈액이 정체돼 어지러움이나 기립성 저혈압, 심할 경우 실신까지 할 수 있다.

정성훈 강동 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고온에 노출되면 호흡이 빨라지고, 과도한 호흡으로 인해 이산화탄소가 과도하게 배출돼 동맥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범위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며 “호흡곤란, 어지럼증, 손, 발이 저리고 마비되는 느낌, 실신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열사병으로 진행된다면 더욱 위험하다. 소아 열사병 환자는 발작, 정신 착란, 환각, 운동 실조증, 구음 장애 또는 혼수상태와 같은 중대한 신경학적 증상을 보인다.

아이의 심박 수와 호흡이 빨라지고 구토와 설사가 동반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만약 아이의 의식이 저하될 경우 빨리 119에 신고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

날씨가 너무 더울 땐 △야외 활동을 삼가고 △불가피할 경우 자외선 차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물을 수시로 마셔 몸속 수분을 유지하고, △두통, 어지러움, 구토 등 온열 질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증상이 심할 경우 즉시 119에 신고하고 시원한 곳으로 옮겨 옷을 느슨하게 풀고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 체온을 내려야 한다.

혹시라도 의식을 잃었을 경우에는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물이나 음료수를 억지로 먹여선 안 된다.

정성훈 교수는 “어린아이는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히 인지하기 어렵다”며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노는 경우가 많아 부모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초반에 증상이 가볍다고 무시하면 열 탈진, 열사병 등 중증 온열 질환으로 발전할 수 있어 위험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