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계, ‘반흑인정서’ 자성 목소리

흑인사망 연루경찰 몽족 출신 경찰관 타오 기소돼

“아시아계 vs 흑인 긴장관계 역사 배경 되돌아봐야”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를 가혹 행위로 숨지게 한 미국 경찰관 4명 가운데 아시아계가 1명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시아계 커뮤니티 내 흑인 차별 문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일 미네소타주 유력지 스타트리뷴에 따르면 미네소타 주 검찰은 이날,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연루된 투 타오(34), J.알렉산더 킹(33), 토머스 레인(37) 등 세 경찰관을 살인 방조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 3명은 플로이드 살해 혐의로 앞서 기소된 데릭 쇼빈(44) 경관과 함께 사건 현장에 있었으며, 모두 현장 동영상이 공개된지 하루 만에 전격 해고됐다.

이번 사건은 ‘백인 경찰에 의한 흑인 살해’로 도식화했지만, 타오는 아시아계다.

NBC방송은 사건 당시 쇼빈이 무려 8분 46초간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짓누르는 상황에서 타오가 보인 행동에 주목했다. 타오는 라오스 등지에 거주하는 ‘몽족’ 출신이다.

방송은 타오는 당시 모습을 지켜보다 항의하는 시민들의 접근을 막았고, 이는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존재하는 반흑(anti-blackness) 정서에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논의를 불러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이어 타오가 공권력 과잉 사용 혐의로 6차례 고발된 일이 있으며, 플로이드 사망 사건 이후 시민운동가들은 그를 ‘반흑 행위에 공모한 아시아계 미국인의 상징’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과거의 어두운 기억과 편견에서 벗어나 반흑 정서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전환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약자에 대한 폭력 종식 운동을 벌이는 비영리단체 ‘프리덤'(Freedom Inc.) 설립자 카주와 바즈는 “우리 아시아계 미국인도 여러 형태의 차별과 압박을 겪지만, 흑인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과는 비교하기 어렵다”며 “특히 경찰에 의한 흑인 억압은 미국 400년 역사 동안 계속된 일”이라고 주장했다.

바즈는 “아시아계와 흑인 사이의 반목과 긴장 분위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다”면서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을 촉발한 로드니 킹 사건을 상기했다. 그는 “당시 사건 현장 인근 사업체들은 10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보았고 이 가운데 절반가량이 한국인 소유였다”며 “이 일로 한국계 사업주들과 흑인 고객 사이가 소원해졌다”고 부연했다.

어릴 적 난민 자격으로 미국에 재정착했다는 바즈는 “베트남전쟁 후 동남아시아 난민들이 미국에 대거 유입된 당시, 미국 정부는 이들을 캘리포니아 롱비치·스톡턴과 뉴욕 브롱스 등 가난한 흑인·소수계가 사는 동네에 배치했다”며 “제한된 자원을 놓고 이들과 싸움을 벌이듯 살아가야 했다”고 개인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당시 유색인종 커뮤니티는 인격적으로 대우를 받지 못했고, 모든 것을 백인 시각에서 배웠다”며 “어릴 적 흑인 편을 들면 커뮤니티 내에서 욕을 듣고 비난받았다”고 전했다.

‘성공의 색깔'(The Color of Success) 저자인 역사학자 엘런 우는 “백인 우월주의가 흑인 커뮤니티에 대한 착취와 파괴를 키웠다”고 주장했다.

우는 “아시아계가 이민을 시작하자 미국은 ‘중국인 이주 금지법'(1882)을 제정하고, 1900년대 초에는 반일본 운동을 벌이는 등 아시아계를 겨냥했다. 하지만 아시아계 배척이 세계 무대로 뻗어 나가는데 장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아시아계 배척 관련 법과 관행을 철폐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60년대에는 흑인 인권운동 억압 수단으로 성공한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유색인종도 평등한 기회를 갖고, 능력에 따라 평가받을 수 있다’는 징표로 내세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아계 미국인들은 백인우월주의에 공모함으로써 더 많은 사회이동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며 “아시아계 미국인은 흑인을 비롯한 유색인종의 이익을 위해 동원되기도 하고 배척되기도 하는 복잡한 역사를 지녔다”고 밝혔다.

남아시아계 미국인 권리옹호단체 ‘SAALT’ 락시미 스리다란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인종 문제에 관한 논의를 회피할 경우 위험한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면서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계 혐오가 급증한 가운데 사법제도를 신뢰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연합뉴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고 관련 기소된 4명의 경찰관. 왼쪽부터 토우 타오, 데릭 쇼빈, J 알렉산더 킁, 토머스 레인 [미네소타주 헤네핀 카운티 셰리프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