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 총기난사 용의자, 증오범죄 기소 가능”

박병진 전 지검장 등 법률전문가들 “여성 타깃도 처벌대상”

박선근 회장 “다른 곳이 아닌 아시안 여성만을 선택해 범행”

“소셜미디어 게시물 조사해야…본인 진술만 의존하면 안돼”

애틀랜타 스파 3곳에서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을 살해한 총기 난사 사건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이 증오범죄 기소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7일 AJC에 따르면 법률단체인 동남부반명예훼손연합의 데이디브 바클리 수석 고문은 “조지아주의 새로운 증오 범죄법에는 인종, 종교, 국가 출신뿐만 아니라 생물학적 성과 성 정체성과 관련된 범죄가 포함돼 있다”면서 “롱이 자신의 성 중독으로 인해 여성을 목표로 삼았다면 이는 증오범죄로 처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바클리는 “수사관들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리기 위해 용의자의 소셜미디어(SNS) 게시물과 함께 친구나 가족에게 말한 내용들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지아주립대 법대 제시카 시노 교수는 “롱의 백그라운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이뤄지면 증오범죄 기소 여부 판가름이 쉬울 것”이라면서 “(성중독에 대한) 그의 진술만으로는 검찰이 성별이나 인종에 따른 증오 범죄로 기소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조지아주가 새로 개정한 증오범죄법에 따라 증오범죄로 기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지역 수사기관이 이른바 ‘편견 범죄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프랭크 레이놀즈 체로키카운티 셰리프는 이날 “용의자는 자신의 범죄가 인종적 동기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강력히 부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시노 교수는 “범행이 체로키카운티와 애틀랜타시 2곳에서 벌어졌기 떄문에 애틀랜타시는 다른 내용의 보고서를 낼 수도 있다”면서 “애틀랜타시 수사당국은 증오범죄법의 적용에 대해 조금 더 진보적인 견해를 가질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그동안 인종차별 범죄가 많았던 애틀랜타시는 이 사건을 증오범죄로 볼 수 있는 더 많은 역사적 근거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인 원로인사인 박선근 한미우호협회장은 AJ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의 진짜 동기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이 사건은 증오범죄처럼 보인다”면서 “다른 사람들을 해하기 위한 많은 장소들이 있었지만, 그는 아시안 여성들이 있는 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총영사관의 이광석 부총영사는 “피살 여성 4명은 한인으로 확인됐다”면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에 대한 증오 범죄의 위협이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 최근 귀넷카운티 사법당국과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총영사관은 “총격 사건이 증오 범죄로 간주될 수 있을지 수사당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 사임한 박병진 전 조지아 연방북부지검장은 “1차적인 초점은 희생자들에게 맞춰져야 한다”면서 “하지만 총격 사건이 발생한 배경과 왜 그것이 조지아를 비롯한 미국 전역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바뀌지 않는 고정관념이 우리를 희생당하기 쉽도록 만든다”면서 20년간의 격론 끝에 지난해 발효된 조지아주 증오범죄법을 높이 평가했다. 박 전 지검장은 주하원의원 당시 이 법안을 후원하기도 했다.

그는 “연방 증오범죄법은 해당 범죄가 벌어져도 기소를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조지아주의 증오범죄법은 더욱 강력해 검찰에 다양한 툴을 제공할 수 있으며 증거가 있으면 반드시 롱을 증오범죄로 기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테러 및 극단주의 전문가인 미아 블룸 조지아주립대 교수는 이번 총기 난사가 지난해 토론토에서 17세 ‘인셀(Incel)’ 멤버가 에로틱 스파를 공격한 사건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인셀은 ‘자발적인 독신주의자'(Involuntary celibates)를 줄인 말로 여성 혐오적 하위문화 그룹을 일컫는다. 블룸 교수는 “이 이념은 여성에 대한 수많은 폭력적인 공격의 배후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성의 통제되지 않는 성적 충동 때문에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전형적인’ 여성 혐오범죄”라면서 “인셀 그룹의 그림자에는 백인우월주의와 큐어넌(QAnon)과 같은 음모론이 겹친다”고 말했다.

실제 백인우월주의 포럼에서는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일부는 극도의 인종적 표현으로 이번 범행에 환호를 보내기도 했다.

(애틀랜타 로이터=연합뉴스) 16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소재 ‘골드 스파’ 주변에 경찰의 접근금지 테이프가 둘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