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재미한국학교협의회, 분규단체 전락 위기

총회장-이사장 해임 둘러싸고 내홍…”내달 13일 새 총회장 선출” 공고

이사장 “해임 자체가 불법…분열 획책”…전 이사장 “해임 결정 따라야”

창립 42년만에 ‘진흙탕 싸움’ 형국…한국 정부 “분규단체는 지원 없다”

미주 지역 한국학교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이하 낙스)가 추성희 총회장에 대한 징계 문제(본보기사 링크)로 결국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지난 19일 협의회 윤해성 부회장은 회원들에게 총회장 권한대행이라는 직책명으로 “오는 11월 13일 새로운 총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한다”고 공고했다. 공고에 따르면 낙스는 지난달 열린 제60차 이사회에서 내려진 결정으로 이사장과 집행부 임원진 등 7명이 공석인 상태다.

이 공고문에는 11명의 지역협의회장이 이름을 올렸으며 비상대책운영위원으로는 강용진 김경희 김대상 송지은 이미전 이사가 참여했다.

이에 앞서 낙스는 지난 9월 27일 제60차 이사회를 열고 회원자격심사위원회가 상정한 추성희 현 총회장과 박종권 이사장 대한 정권(해임) 징계 요청에 대한 표결을 실시했다. 표결에는 35명의 이사가 참여해 총회장과 이사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했다.

이에  박종권 이사장은 황종숙 사무총장 발신으로 회원들에게 공문을 보내 “지난 60차 이사회의 징계 결정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추성희 총회장이 이끄는 집행부는 여전히 합법이며 이사장으로서 불법세력을 척결해 낙스가 순수함을 되찾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낙스 정관 분석 결과 이사회가 이사장과 총회장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이 없으며 일부 이사들에 의해 강행된 징계 심사과정과 절차가 모두 불법이다. 박 이사장은 “이러한 불법의 선봉에 김선미 직전 총회장과 오준석 직전 이사장이 나서서 선동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낙스를 두쪽내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에 오준석 전 이사장은 회원들에게 보낸 입장문을 통해 “추성희 회장의 집행부는 지난해 9월 출범 후부터 여러 문제점을 표출했다”면서 “이사장과 총회장의 징계 안건을 다루는 지난 60차 이사회에서는 직전 이사장인 내가 임시 의장을 맡았다”고 전했다. 그는 “징계를 받은 이사장과 총회장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낙스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민주적인 절차인 투표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창립 42주년을 맞은 미주 한인 대표 교육단체가 이처럼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자 한국 정부도 깊은 우려를 표현하고 있다. 주미대사관 산하 워싱턴 한국교육원 강경탁 원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분규를 겪고 있는 단체에는 정부의 지원이 일절 불가능하다”면서 “법적인 다툼이 벌어지거나 2개의 집행부가 서로 정통성을 주장한다면 분규단체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현재와 같은 (낙스의) 상황에서는 접촉 포인트를 선택하기 어렵기 때문에 업무 협조나 재정 지원을 논의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낙스 관계자는 “지난 2012년 당시 K 총회장은 추성희 총회장보다 훨씬 경미한 사안으로 징계를 당했지만 낙스 회원들을 위해 희생하는 마음으로 징계를 받아들였다”면서 “이사장과 총회장이 대립각만 세우지 말고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들을 포용했으면 이런 사태까지 빚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측이 서로 양보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수년간 준비해온 내년 필라델피아 정기총회가 무산되는 것은 물론 많은 회원 학교에게 큰 죄를 짓게 된다”고 경고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재미한국학교협의회가 지난 7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창립 41주년 기념 학술대회 모습./낙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