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룡’ 엑손모빌·셰브런 합병 논의

성사 땐 아람코 잇는 3500억불 거대기업 탄생

기후변화 고민하는 바이든 승낙받을지는 의문

굴지의 석유기업 엑손모빌과 셰브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합병을 논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셰브런의 최고경영자(CEO) 마이크 워스, 엑손모빌의 CEO 대런 우즈는 코로나19로 석유와 천연가스 수요가 급감해 자금난을 겪자 이 같은 비용절감안을 거론했다.

소식통은 논의가 초기 단계였으며 현재 진행되지는 않으나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 양대 ‘석유공룡’의 거래가 성사된다면 석유업계의 지형이 급변할 예상된다.

셰브런과 엑손모빌은 석유재벌 존 D. 록펠러가 보유한 스탠더드오일이 반독점 규제로 분해되면서 갈라져 나온 기업들이다.

엑손모빌과 셰브런의 시장가치는 각각 1900억달러(약 213조원), 1640억 달러(약 184조원)에 이른다.

두 기업을 합치면 3540억 달러(약 397조원)로 시가총액과 생산량에서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에 이어 세계 두 번째가 된다.

그러나 이 같은 ‘메가 딜’이 실현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 불투명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는 화석연료 기업의 대형화를 용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직면한 최대 위기 가운데 하나로 기후변화를 지목하며 미국이 석유산업에서 탈출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와는 별개로 공정거래와 사회후생을 위협하는 독점 우려를 규제당국이 방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공정거래에는 기후변화만큼 큰 목소리를 내오지 않았고 법무부의 공정거래 책임자도 아직 지명하지 않았다.

셰브런과 엑손모빌이 석유산업에 친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에 합병을 성사시킬 기회를 놓쳤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석유업계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때문에 강화된 봉쇄조치에 고전하고 있다. 교역과 생산 등 경제활동이 마비돼 석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존망의 갈림길에 봉착했다.

엑손모빌과 셰브런의 주가는 작년 한 해 동안 각각 29%, 20% 정도 추락했다.

셰브런은 작년에 55억 달러(약 6조1000억원) 적자를 냈다고 최근 당국에 보고했다.

엑손모빌은 작년 1∼3분기에 20억 달러(약 2조2000억원) 이상 적자를 낸 데 이어 처음으로 4개 분기 연속 적자를 보고할 예정이다.

시장분석업체인 ‘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셰브런의 부채는 각각 690억 달러(약 77조2000억원), 350억 달러(약 39조2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 애널리스트, 에너지기업 임원들은 어려움에 부닥친 석유·천연가스 업계에 합병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비용을 절감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면 팬데믹으로 인한 불황을 극복하고 각국이 기후변화 대응으로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춤에 따라 찾아오는 불확실한 미래에도 대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화석연료 퇴출” 환경운동가들 엑손모빌 반대시위[AF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