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위협 잉어, 한국산 아닙니다”

오대호 생태계 파괴 주범 ‘아시아산 잉어’는 중국산

식용 어종으로 홍보위해 일리노이주 당국 개명 추진

‘오대호 생태계를 위협하는 침략적 외래 어종’으로 미국에서 미움을 사온 아시아산 잉어(Asian Carp)가 미식가들의 식욕을 돋울 맛있는 생선으로 이름을 바꾼다.

이 잉어는 한국에 서식하는 잉어가 아니라 공식 명칭이 ‘백련어(Silver Carp)’인 중국 원산지의 어종이다. 주로 중국과 베트남의 강에 서식하며 포식자가 없고 번식력이 왕성해 현재 오대호는 물론 미시시피강 등 주요 하천을 점령하고 있다.

10일 시카고 언론과 USA 투데이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 당국은 아시아산 잉어가 ‘의외로 맛있다’는 반응을 얻고 있는 데 착안해 개명 작업을 추진 중이다.

새 이름은 이미 결정이 된 상태이며, 올 여름 보스턴 국제 수산물 박람회(Boston Seafood Show) 개막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다.

USA 투데이는 아시아산 잉어에 ‘언제든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생선, 단백질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건강식품’ 이미지를 입히려는 노력이라고 전했다.

아시아산 잉어는 닥치는 대로 포식하는 습성과 왕성한 번식력으로 토착 어종을 위협하고 오대호 생태환경과 어업기반을 파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1970년대 미시시피강 일대 메기 양식업자들이 해조류 및 부유물 제거에 이용하려고 중국에서 수입했으나 1990년 초 홍수로 강물이 범람하면서 미시시피강에 유입됐고 이후 일리노이강을 따라 북상하며 서식지를 넓혔다. 일리노이강은 오대호 중 하나인 미시간호수로 이어진다.

아시아산 잉어를 식탁에 올려 개체수를 줄이는 방안은 10여 년 전 고안돼 일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일리노이 주 천연자원국은 해산물 전문업체와 손잡고 잉어를 식용으로 개발, 기아퇴치 캠페인을 통해 빈민 가정에 공급하고 애완동물 먹이로 상품화 하는 등 수요 창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소비에 한계가 있었다.

버지니아공대 식품공학과 박사과정 클레이 퍼거슨은 “미국인들은 ‘잉어’를 더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먹기를 꺼린다”며 “하지만 잉어는 진흙을 헤집고 다니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의 해산물 전문업체 ‘더크 피시'(Dirk Fish) 소유주인 더크 푸칙은 “잉어가 주로 하천 바닥에 살기 때문에 ‘진흙 맛 나는 어류’라는 오해를 받는다. 그러나 아시아산 잉어는 생각보다 훨씬 깨끗하고 단맛이 나는 물고기”라고 전했다.

아시아산 잉어는 백련어라는 이름 외에도 대두어(Bighead Carp)·초어(Grass Carp)·검정잉어(Black Carp)의 통칭으로 원산지 중국에서는 고급 요리에 이용된다.

물고기에 홍보(PR) 친화적인 새 이름을 붙여 소비를 늘리려는 노력은 처음이 아니다.

미국 해양수산청(NMFS)은 1970년 심해 농어 ‘슬라임 헤드'(Slimehead)에 먹음직스럽게 느껴지는 ‘오렌지 러피'(Orange roughy)라는 이름을 붙여 호응을 얻었다.

또 흔히 ‘메로’로 불리는 ‘파타고니아 투스피시'(Patagonian toothfish)도 ‘칠레산 바다 배스'(Chilean Sea bass)라는 바뀐 이름으로 불리며 수요가 늘었다.

일리노이강의 아시아산 잉어 [일리노이대학 블로그 /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