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위기론…’버핏 단짝’도 경고

멍거, 상업용 부동산 리스크 탓 은행 지원 자제 시사

가격 추락, 공실률도 고공행진…부실대출은 증가세

미국 뉴욕 맨해튼의 모습
뉴욕 맨해튼의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사무용 건물을 포함한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가 미국 은행권의 불안에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제기됐다.

이번에는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에게서 나왔다.

미국 은행권은 이미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의 지난 3월 붕괴 이후 자금 압박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있으며, 파산 위기의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결국 강제 매각 절차에 들어가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만 99세인 멍거 부회장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92)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단짝이자 사업 동료다.

멍거 부회장은 사무용 빌딩들과 쇼핑센터들을 포함해 문제가 많은 상업용 부동산이 다수라며 은행들이 6개월 전보다는 부동산 대출을 더 조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버크셔해서웨이가 금융 혼란의 시대에 은행들을 지원해온 오랜 역사를 가졌으나 최근에는 방관자에 머물고 있다고 전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이런 태도가 부분적으로는 은행들의 많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이 리스크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점도 그가 시사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27일 코로나19 이후 미국 상업용 부동산의 상황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침체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며 위기 상황을 전한 바 있다.

WSJ은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 22층짜리 사무용 건물의 가치가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3억 달러(약 4000억 원)에서 현재 6000만 달러(약 800억 원) 정도라고 소개했다. 80%가량 급락한 가격이다.

덩달아 건물을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원금과 이자 상환을 제때 하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웰스 파고 은행에 따르면 상업용 부동산 담보 대출 중 불량대출 규모가 지난해 1분기 1억8600만 달러(약 2500억 원)에서 4분기에는 거의 4배인 7억2500만 달러(약 9730억 원)로 급증했다.

부동산 정보업체 코스타에 따르면 사무용 건물 공실률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분기 공실률이 12.9%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고점을 넘어선 것은 물론 이 업체가 집계를 시작한 2000년 이후 최고치라는 것이다.

부동산 분석업체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미국 사무용 건물 가격은 지난해 초 이후 25%가량 하락했다.

WSJ은 KBW 리서치 조사결과, 중간 수준 미국 은행의 대출에서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모기지) 비중이 38% 정도라고 전한 바 있다.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으로 부동산 가치가 하락하는 가운데 재택근무와 이커머스 확대 등으로 사무실과 소매상점 수요가 줄고 기업들이 긴축 경영에 나서며 사무 공간을 줄이는 점도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