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과의 전쟁?…우리는 반대한다

영국 정부 캠페인에 식품·광고업계 반발

관련 업계 “과도한 규제…효과도 미미해”

영국 정부가 ‘비만과의 전쟁’의 일환으로 정크푸드의 일과시간 광고를 금지하는 한편, 고지방·고당분 식품의 온라인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까지 추진하자 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영국 보건부는 27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망 위험을 낮추고 국민건강의 증진을 위한 ‘더 나은 건강'(Better Health)이라는 이름의 비만 방지 계획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가 내놓은 대책에는 저녁 9시 이전 고지방, 고당분, 고염분 식품의 TV와 온라인 광고 금지, 대형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의 메뉴 칼로리 표시 의무화, 정크푸드(열량은 높지만 영양가는 낮은 즉석식품)을 한 개 더 사면 하나를 더 주는 식의 묶음판매 금지, 국립보건서비스(NHS)의 비만 예방·치료 확대 등이 담겼다.

보건부는 주류에도 칼로리 표기를 의무화하는 방안과 더불어 정크푸드의 온라인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업계와 협의에 들어갔다.

영국 정부가 이처럼 갑자기 비만과의 전쟁에 나선 것은 과체중인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코로나19에 더 취약하다는 각종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잉글랜드공중보건청(PHE)은 최근 내놓은 보고에서 비만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사망 위험을 40% 높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코로나19 고위험군 리스트에 65세 이상 고령자 외에도 비만, 임신 등을 추가한 바 있다.

영국 정부는 자국 성인의 60% 이상이 과체중인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비만과의 전쟁’ 프로젝트의 배경에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중환자실까지 갔다가 가까스로 회생한 존슨 총리의 개인적 경험이 반영됐다.

그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중환자실에 들어갔다가 퇴원한 이후 자신의 과체중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운동과 식단관리 등으로 코로나19 감염 전보다 6㎏을 감량했다고 한다.

존슨 총리는 이날 트위터에 올린 영상에서 “중환자실에 들어갔을 때 상당히 과체중이었다. 아시다시피 나는 너무 뚱뚱했다”면서 건강을 회복한 뒤 아침 조깅과 식단관리를 하며 꾸준히 건강을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대책이 건강 위험을 줄이고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관련 업계는 이번 대책이 과도한 규제로 비만 예방효과도 미미할 것이라면서 반발하고 있다.

영국광고협회의 수 유스타스 대외협력국장은 BBC방송 인터뷰에서 “영국은 이미 식품 관련해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광고기준을 갖고 있다”면서 “지난 15년간 어린이의 염분, 당분, 고지방 음식에 대한 광고 노출이 70%가 줄었지만, 비만 문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국식품주류협회도 성명을 내고 “지금 같은 경제 위기에서 정부가 식품·주류 소매의 프로모션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면서 가격 인상을 부추기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존슨 총리는 “이번 캠페인은 (국민 생활에) 과도하게 간섭하는 것이 아니며, 좀 더 건강해지도록 살짝 자극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2016년 5월 보리스 존슨.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