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트럼프, 시진핑에 재선 도와달라고 간청”

신간 발췌록 공개…농민표심 얻으려 농산물 수입요청

시진핑이 화답하자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출간을 앞둔 자신의 회고록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재선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볼턴 전 보과관의 저서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에서 발췌한 원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과 만나 “다가오는 대선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청했다.

◇ “트럼프, 시진핑에 중국의 미 농산물 수입이 선거에 중요”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두 정상 간 막후 대화를 언급하면서 “그때 트럼프는 놀랍게도 이야기를 미국의 차기 대선으로 돌렸다”며 “시 주석에게 자신이 (대선에서) 이기게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농민, 중국의 대두와 밀 수입 증대가 선거 결과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이 농산물 문제를 우선 순위에 두고 협상을 재개하는 데 동의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은 300년간 가장 위대한 중국 지도자!”라고 기뻐했다가 몇분 뒤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라며 수위를 더 높였다고 한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승부처가 될 농업 지역(farm states)에서 유권자 표심을 얻기 위해 중국에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살 것을 요청했다는 의미여서 파장이 예상된다.

당시 대화를 가리켜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의 마음 속에 자신의 정치적 이익과 미국의 국익이 섞여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난 백악관 재임 시절 트럼프의 중요 결정 가운데 재선을 위한 계산에서 나오지 않은 게 하나라도 있는지 찾는 데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12월 아르헨티나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트럼프는 농업 지역을 돕기 위해 단지 중국의 농산물 구매 확대만을 요구했다. 만약 그렇게 합의됐다면 미국의 모든 (대중)관세는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 트럼프, 중국 내 인권 문제 관심 없었다

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내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지난해 6월 홍콩에서 반송환법 시위가 일어났을 때 트럼프 대통령은 “큰일이군”이라면서도 “관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톈안먼 학살 30주년 기념일에도 백악관 공식 성명 발표를 거부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가 그걸 신경 쓰나? 나는 거래를 하려는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과 관련해서도 시 주석이 지난해 G20 회의 개막 만찬에서 신장에 강제수용소를 짓는 이유를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강제수용소 건설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 전망과 관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의 부정적인 영향을 몹시 두려워한 나머지 이제 충분한 명분을 가지고 중국을 비난하기로 결정했다”며 “그의 행동이 말과 일치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 수행은 철학이나 큰 전략, 정책에 기반하지 않는다. 트럼프(의 이익)에만 기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2017년 베이징에서 만난 미중 정상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