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비트코인 사기꾼에 “34억불 배상”…역대 최대

권도형 ‘테라·루나 사태’ 유사한 폰지사기 형태

거액의 비트코인 사기 행각을 벌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업자가 피해자들에게 천문학적 규모의 배상금을 물어주게 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27일 보도했다.

미국 텍사스주 연방법원은 이날 남아공 비트코인 업체 ‘미러 트레이딩 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CEO) 코닐리어스 요하네스 스타인버그에게 사기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금으로 17억달러(2조2750억원), 민사 제재금으로 17억달러 등 총 34억달러(약 4조5500억원)를 내라고 판결했다.

스타인버그와 미러 트레이딩을 고발한 미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CFTC가 다룬 사건 중에서는 최고액을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현재까지 적발된 비트코인 관련 범죄사건 중 최대 규모다.

CFTC는 작년 7월 미러 트레이딩과 스타인버그를 사기 혐의로 고발할 당시 “이 회사는 비트코인을 모은 투자자들에게 ‘상당한 거래 이익을 실현해줄 특허받은 소프트웨어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이런 소프트웨어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상은 투자자들이 보낸 비트코인의 일부만 손해가 발생한 채로 투자됐을 뿐이었고, 나머지는 유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결국 남아공 당국이 사기 혐의 조사에 나선 직후인 2021년 파산을 신청했고, 텍사스 법원은 스타인버그에 대해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고한 바 있다.

로이터는 현재 남아공에 체류 중으로 알려진 스타인버그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가상화폐 폭락을 불러왔던 ‘테라·루나 사태’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향후 받을 처벌 수위에 대해서도 다시금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이번 미러 트레이딩의 사기 행각은 투자자에게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고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을 주는 이른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형태다. 루나·테라 폭락으로 손실을 본 투자자들 역시 권씨의 행각이 폰지 사기에 해당한다고 주장해왔다.

가상화폐 폭락 사태를 부른 권씨는 지난 3월 몬테네그로에서 여권 위조 혐의로 붙잡혀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올 초 권씨를 사기 혐의로 뉴욕 연방지방법원에 제소했으며 그가 체포된 직후 미 뉴욕 검찰도 권씨를 증권 사기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우리나라와 미국은 몬테네그로 당국에 권 대표의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며 신병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비트코인 [연합뉴스TV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