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취급받는 크루즈 승무원들

코로나 감염우려에 5만7000명 두달째 하선 못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 우려가 제기된 국제 크루즈선에서 승무원 수만명이 지난 3월 중순부터 두달 가까이 배에 갇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승객들이 모두 하선한 뒤에도 미국 보건당국의 규제로 인해 하선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본토와 바하마, 카리브해 일대 크루즈선 74척에 승무원 최소 5만7000여명이 갇혀 있다고 CNN이 미 연안경비대를 인용해 7일 보도했다. 이외에도 최소 수백명의 승무원들이 전 세계 바다에 흩어진 채 하선하지 못하고 있다.

승객도 없고 검역이 모두 끝난 상황에서 승무원들이 하선할 수 없는 것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규정상 크루즈선 승무원은 특별 전세 항공기나 개인 차량을 통한 송환이나 선박 간 이동에 한해서만 하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지 않은 승무원들이 개별적으로 하선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서는 크루즈선사가 선내 확진자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 문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선사들은 혹여라도 이들이 내린 뒤 진단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여 법적 책임을 져야할 것을 우려해 문서 작성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지난 3월14일부터 3개월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항구에 정박해 있는 스카이 프린세스호의 승무원 마숀 모튼은 “배 밖에선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며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정보가 말 그대로 시시각각 달라지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는 점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면서 “전 세계 모든 정부를 향해 마지막 승객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말을 그만하라고 외치고 싶다. 사실과 너무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에 갇힌 많은 승무원들은 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스카이 프린세스호는 지난달 초 승무원 전원에 대한 고용 계약을 해지하고, 6월부터 임금을 지불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3월 중순부터 마이애미항에 정박 중인 로열 캐리비안호 역시 4월 말까지만 임금을 지급했다.

이 같은 상황에 크루즈선 업계 최대 모임인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 측은 “전례 없는 도전을 해결하고 승무원들을 가능한 한 빨리 송환하기 위해 CDC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CLIA의 한 관계자는 “상황이 매우 복잡하고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고 말해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임을 시사했다고 CNN은 전했다.

크루즈선 MS 잔담/Photo: hollandameric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