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맞겠다” 흑인 42%-백인 61%-아시안 83%

접종 원하는 흑인 적은 이유는 ‘인종차별’ 역사 탓

1930년대 앨라배마에서 실시됐던 생체실험 ‘악명’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미국인들의 백신에 대한 불신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장애물로 부상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흑인계 미국인들의 백신 불신이 가장 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 흑인들이 미국의 안타까운 ‘인종차별’ 역사 때문에 공공의료 시스템을 불신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6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60%만이 기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인종 별로 보면 흑인들의 백신 접종 의사는 42%에 불과했다. 다른 인종에 비해(백인 61%, 히스패닉 63%, 아시아계 83%) 현저히 낮은 숫자다.

◇ 흑인 백신 불신 배경엔 ‘인종차별 의료실험’

흑인들은 미국 공공의료 정책에 뿌리 깊은 불신감을 가지고 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연구로 알려진 ‘터스키기 실험’ 때문이다.

미국 공중보건국이 1932년부터 알라배마주 터스키기에서 시작한 이 실험은 매독에 걸린 흑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미 보건당국은 페니실린으로 매독환자들을 치료할 수 있었음에도 가짜 약을 투여하고 경과를 지켜봤다.

이 실험은 6개월 간 진행된다고 피실험자들에게 알렸지만, 40년간 지속됐다. 1972년 내부고발자가 나온 후에야 끝이 났다. 이 실험으로 결국 161명이 숨졌다.

미국 최초 백신 접종자인 자메이카계 흑인 산드라 린제이 간호사도 “불행한 역사 때문에 나와 같은 미국인들이 백신 접종을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 높은 흑인 코로나19 사망률도 영향

코로나19로 인한 흑인 사망률이 백인 및 다른 인종의 사망률보다 훨씬 더 높다는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건당국은 단지 이들을 ‘희생양’으로만 보고 방치하고 있다는 인식을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백인 사망자보다 흑인 및 소수인종의 사망률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1인당 사망자 수는 흑인계 미국인이 백인계 미국인보다 2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모니카 쇼흐-스파나 박사는 “흑인들의 백신 불신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의료시스템에 대한 편견 때문”이라면서 “보건당국의 흑인 코로나19 사망자에 대한 태도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공 의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선 백신접종에 있어 흑인들과 히스패닉 같은 소수 민족 집단의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에서 첫 백신 접종받는 샌드라 린지 간호사 [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