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미국 국경 열까”…중미 이민자들 북상 행렬

온두라스서 200여명 출발…15일 대규모 캐러밴 미국행 예고

바이든 정부 반이민 기조 변화 기대…과테말라 등 단속 강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중미 이민자 행렬이 대규모로 미국행 여정을 시작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허리케인 등으로 생활고가 더해진 이민자들은 미국 정권 교체와 함께 굳게 닫혔던 미국 문이 다시 열리길 기대하고 있다.

1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밤 중미 온두라스 이민자 200명가량이 과테말라 국경으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이들은 무리 지어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키는 ‘캐러밴’치고 비교적 소규모지만, 오는 15일엔 훨씬 더 큰 규모의 캐러밴이 미국행을 시작할 예정이다.

최근 몇 주 전부터 15일에 온두라스 산페드로술라에 다 같이 모여 미국으로 가자는 공지가 소셜미디어에서 돌았다. 바이든 취임을 닷새 앞둔 시점이다.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에서 폭력과 빈곤 등을 피해 미국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최근 1∼2년 사이 미국 문은 더욱 굳게 닫혔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중미 이민자들의 망명 자체를 까다롭게 한 데다 미국의 압박 속에 경유지인 멕시코와 과테말라 정부 등도 이민자 이동을 강력하게 차단하고 있다.

지난해 출발한 캐러밴의 경우 멕시코에도 채 도달하지 못한 채 과테말라에서 막히거나, 아예 과테말라 국경을 넘지도 못한 채 온두라스에서 발이 묶인 경우도 있었다.

미국행은 더 험난해졌지만 코로나19 경제 충격과 지난해 중미를 강타한 허리케인으로 생계가 곤란해진 이들은 더 늘어나면서 ‘아메리칸드림’을 좇는 이들은 줄지 않았다.

아내, 10살 아들과 함께 전날 출발한 온두라스인 아리엘 비예가는 AP통신에 “온두라스에선 일자리를 찾을 수 없다”며 “처음엔 팬데믹, 그다음엔 두 번의 허리케인으로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중미 이민자들은 반이민 정책을 고수하던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나고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 굳게 닫혔던 미국 문도 다시 열릴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공정하고 인간적인 이민제도”를 약속했으며, 이민자들의 미국행을 부추기는 폭력과 빈곤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허리케인으로 지붕이 무너진 집에서 사는 온두라스 주민 마르타 살디바르는 AFP통신에 “바이든이 (국경) 장벽을 없앨 것이라고 들었다”며 이번은 아니지만 언젠가 미국행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여정은 이번에도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와 과테말라, 온두라스 등 정부들이 코로나19 확산 위험을 들어 불법 이민자 이동을 차단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과테말라 당국은 이날 자국 국경으로 향하는 이민자들을 차단하기 위한 무력 사용을 허가했다. 신분증과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등 필요 서류를 지참하지 않은 이들은 국경 통과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멕시코 등 북중미 11개국은 전날 온라인 콘퍼런스를 열고 “보건 비상 상황에서 불법 이민자들이 자신들의 건강과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 것”에 우려를 표시하며 “안전하고 질서정연하며 통제된 이민”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미국을 향해 출발한 온두라스 이민자들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