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보인다] 3. “눈에 명태 껍질 덮였냐” 무슨 소리?

속담에 단골손님 등장…옛날 한반도 연안서 많이 잡혀 친숙

관혼상제 빠져서는 안 될 생선…궁녀 월급으로 지급되기도

버릴 부분 없어…황태, 깡태, 백태 등 다양한 별칭으로 불려

“피가 되고 살이 되고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 약이 되고 안주 되고 내가 되고 네가 되고 / 내장 창란젓 알은 명란젓 / 아가미로 만든 아가미젓 눈알은 굽어서 술안주하고 / 괴기는 국을 끓여 먹고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명태”

가수 강산에 ‘명태’의 노랫말이다.

명태 [한국원양산업협회 제공]
명태는 우리나라, 러시아, 일본의 주요 수산물이다. 몸은 가늘고 길며, 전체에 특이한 무늬가 덮여있고 머리가 큰 편이다.

대구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대구보다 홀쭉하고 길쭉하다. 수온이 1∼10도인 차가운 바다에 사는 한류성 어종이다.

갑각류, 어류, 곤쟁이류, 오징어류 등 닥치는 대로 먹는 대식가이기도 하다. 겨울에는 우리나라 동해안 포항 근해까지 남하했다가 봄이 되면 일본 북해도 서쪽 해안이나 더 깊은 바다로 이동한다.

수명은 12∼16년이며 한 번에 25만∼100만개 알을 낳는다.명태는 보관 방식, 잡힌 시기 및 장소, 습성에 따라 이름이 다양하다.

생태, 동태, 북어(건태), 황태, 코다리, 백태, 흑태, 깡태 등으로 불린다. 생태는 싱싱한 생물 상태, 동태는 얼린 것, 북어(건태)는 말린 것이다.

황태는 한 겨울철에 명태를 일교차가 큰 덕장에 걸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얼고 녹기를 스무 번 이상 반복해 노랗게 변한 북어를 말한다.

얼어붙어서 더덕처럼 마른 북어라 해서 ‘더덕북어’라고 부르기도 한다. 코다리는 내장과 아가미를 빼고 4∼5마리를 한 코에 꿰어 말린 것이다.

하얗게 말린 것은 백태, 검게 말린 것은 흑태, 딱딱하게 말린 것은 깡태 등이 있다. 성장 상태에 따라 어린 명태를 애기태, 애태, 노가리라고 한다.

예전에는 함경도와 같은 추운 지역이 아니면 생물 명태를 맛보기 어려웠다. 이런 이유로 명태를 건조해 유통했고, 함경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는 명태를 북어로 먹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유통과 보관기술이 좋아져서 생물은 물론 다양한 상태의 명태를 즐길 수 있다.

명태는 속담에도 자주 등장한다.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두고 ‘노가리 깐다’고 하는데, 이는 명태가 한 번에 새끼를 많이 낳는 데서 유래했다.

이것이나 저것이나 매한가지라는 의미의 ‘동태나 북어나’, 몹시 인색한 사람을 조롱할 때 쓰는 ‘명태 만진 손 씻은 물로 사흘 동안 국을 끓인다’, 변변치 못한 것을 주고 큰 손해를 입힌다는 의미로 ‘북어 한 마리 주고 제사상 엎는다’ 등이 있다.

‘눈에 명태 껍질이 덮였다’는 속담도 있는데, 제대로 보아야 할 것을 또렷하게 못 보고 흐리멍덩하게 본다는 의미다. 실제로 명태 껍질은 아주 얇지만, 창호지처럼 불투명하다.

명태는 예로부터 한반도 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물고기였다.조상들도 오래전부터 명태를 널리 애용했다.

관혼상제에 빠져서는 안 될 귀중한 생선으로 여겼고, 조선시대에는 궁녀 월급이나 군량품으로 지급했다.

굿판이나 고사판에 사용되거나 대문 문설주 위에 복을 빌기 위해 매달아 놓는 등 예로부터 늘 곁에 있었다.

그러나 해방 전인 1942년 조선 전체의 명태 어획량은 22만t에 이르렀다가 어린 고기 포획과 해양환경 변화 등으로 1950년 남한 어획량은 연간 1만∼2만t으로 줄었다.

2007년 35t이었다가 상업적 어획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러 국내에서 소비되는 명태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처지가 됐다.

해양수산부는 2014년부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한 데 이어 2016년 세계 최초로 완전양식기술을 개발하고 매년 어린 명태 방류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황태구이 [촬영 임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