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 현대차 딜러, 릭 케이스 별세

가족들, 지난 9월 사망 소식 공개…한인들에게도 친숙

지난 1986년 플로리다-조지아에 첫 현대차 딜러 설립

‘세계 최대 기아 딜러’ 자부도…자선 사업가로도 유명

미국에서 최초로 한국 현대자동차 판매 딜러를 열었던 전설적인 자동차 판매왕 릭 케이스(Rick Case)가 지난 9월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 향년 77세.

26일 AJC와 플로리다 선센티널 등 지역 언론에 따르면 릭 케이스의 부인인 리타 케이스는 “릭이 지난 9월 암과의 짧은 투병 끝에 사망했다”면서 “그는 끝까지 긍정적이었고 유언을 통해 그의 이름이 담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자신의 유산을 계승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 14살 때 첫 중고차 거래…19세에 이미 매장 운영

플로리다 포트 로더데일에 본사를 둔 릭 케이스 오토모티브 그룹의 창립자이자 CEO였던 고인은 오하이오주에서 첫 딜러를 오픈한뒤 플로리다와 조지아주로 근거지를 옮겨 총 16개 딜러를 지닌 공룡 기업을 이끌어왔다. 릭 케이스 오토모티브 그룹은 연간 1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한인을 포함한 1200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14세때 아버지 집앞에서 중고차를 수리해 판매하며 딜러의 세계에 발을 들인 릭 케이스는 19세에 이미 자신의 첫 중고차 매장을 오픈할 정도로 수완을 발휘했다. 1966년 대망의 첫 공식 딜러인 도요타 딜러를 클리블랜드에서 오픈한 고인은 오토바이 딜러 사업에도 뛰어들어 29세때는 이미 혼다와 가와사키, 야마하, 스즈키 등 일본 오토바이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파는 거물로 등극했다.

◇ 좋은 브랜드를 알아보는 안목…혼다와의 첫 인연

하지만 혼다는 1970년 미국에서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면서 릭 케이스와의 딜러 계약을 주저했다. 캘리포니아주의 한 오토바이 딜러가 자동차 판매에서는 큰 문제를 일으켜 오토바이 딜러들을 배제하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릭 케이스는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혼다 수뇌부를 설득했고, 그의 사업수완에 감명받은 혼다 측은 결국 그와 딜러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릭 케이스에게 완전히 매료된 혼다는 1986년 럭셔리 브랜드 아큐라를 미국시장에서 런칭하면서 가장 먼저 그를 불러 “원하는 지역을 이야기하면 어느 곳이든 딜러 권한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릭 케이스는 당시 신흥 부촌으로 떠오르던 플로리다 남부의 포트 로더데일을 선택했고, 이곳에 미국 최초의 아큐라 딜러를 설립했다. 그는 지난 2004년 한 인터뷰에서 “오토바이를 팔면서 혼다의 기술력에 놀랐고 이 회사가 자동차를 만들면 미국시장에서 엄청난 판매를 기록할 것이라고 확신했었다”고 말해 성장 가능성이 높은 브랜드를 알아보는 ‘타고난 딜러’의 안목을 입증했다.

◇ 미국 최초의 현대차 딜러 개설…기아차는 세계 최대 판매량 자랑

이같은 안목은 아큐라와 같은 해 미국시장에 진출한 한국의 한 자동차 브랜드에도 적용됐다. 릭 케이스는 캘리포니아에 둥지를 툰 현대자동차 미주법인과 협상을 통해 포트 로더데일과 조지아주 애틀랜타 2곳에 미국 최초의 현대자동차 딜러를 설립해 또다시 자동차 역사를 장식하게 된다.

애틀랜타에 위치한 ‘릭 케이스 현대’는 조지아주에 처음 이주한 한인들에게는 ‘한국산 자동차를 한국말이 통하는 한인 직원을 통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친숙함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릭 케이스는 기아차와도 밀접한 파트너십을 맺어 플로리다와 조지아에 여러 매장을 운영하며  ‘세계에서 기아차를 가장 많이 파는 딜러’로 자사를 홍보하고 있다.

◇ 평생 동반자 아내와 함께 1억5천만불 이상 기부

릭 케이스는 비즈니스 성공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부를 끊임없이 사회에 환원한 자선사업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어려운 환경의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보이슨 앤 걸스 클럽’에 5000만달러 이상을 기탁하는 등 평생 각종 단체에 전달한 기부금이 1억5000만달러를 넘어선다. 지난 1982년 이후 지금까지 38년간 매년 어린이들에게 전달한 자전거가 10만대 이상이며 해비타트 운동을 위해 플로리다 폼파노 비치의 10에이커 부지에 77개의 주택을 지어주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인생의 동반자이자 사업 파트너인 부인 리타 케이스 여사와 아들 릭 주니어와 라이언, 딸 래쿠얼 등 2남 1녀가 있다. 부모가 운영하던 캘리포니아주 산타 로사 혼다차 딜러의 총괄 매니저였던 리타는 지난 1977년 혼다차 딜러 전국총회에서 릭 케이스를 만나 1980년 결혼했고 지금까지 40년간 비즈니스와 자선 사업 등에서 ‘일심동체’로 활약해왔다.

리타 케이스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장례는 가까운 가족들만 모여서 그의 인생을 축하하는 축제처럼 치렀다”면서 “부조금은 모두 자선재단인 릭 케이스 교육장학금 재단에 기부돼 보이스 앤 걸스 클럽의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된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

릭 케이스와 리타 케이스 부부/credit=rickcas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