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북한과 함께 ‘강제노동 국가’ 분류

WFF ‘세계노예지수’ 보고서…’교도소 강제노역’ 여전해 ‘현대판 노예제’ 척결 노력 퇴색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는 강제노동이 아직 존재하는 국가군에 미얀마·중국·북한 등과 함께 ‘교도소 강제노역’이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25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호주의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WFF)은 최근 발표한 ‘2023 세계노예지수'(Global Slavery Index) 보고서에서 국가 권력에 의한 강제노동이 온존하는 국가로 미국, 폴란드, 브라질, 르완다, 벨라루스, 베트남, 이집트, 미얀마, 몽골, 중국, 말리, 짐바브웨, 투르크메니스탄, 러시아, 리비아, 에리트레아, 북한 등 17개국을 명시했다.

1865년 발효된 미국 수정헌법 13조는 ‘노예제'(slavery)나 ‘비자발적 예속'(involuntary servitude)을 미국 전역에서 금지했다. 다만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범죄에 대한 형벌로서 행해지는 경우’를 유일한 예외로 명시했다.

미국 시민자유연맹(ACLU)의 작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공공·사설 교도소 수감자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약 80만명이 강제노동을 하고 있으며, 거부할 경우 대부분 처벌을 받았다.

수감자들이 연간 20억달러 어치의 재화와 90억달러 어치의 서비스를 생산하고 있지만 한 사람이 시간당 받는 돈은 평균 13∼52센트(172∼689원)에 그쳤다. 앨라배마, 아칸소, 플로리다, 조지아,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텍사스 등 주에서는 아예 무급 노동을 시키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내 교도소 강제노역 지지자들은 이 제도가 헌법상 근거를 갖고 있고, 교도소 운영 비용을 줄이며, 재소자들이 사회 노동력으로 복귀할 수 있게 돕는다는 점 등을 내세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미국은 ‘현대판 노예제’를 철폐하는 데 가장 앞장서고 있는 나라기도 하다.

이번 WFF 보고서의 ‘정부 대응’ 평가에서 미국은 조사 대상 176개국 가운데 영국(67.9점)에 이어 호주, 네덜란드, 포르투갈과 함께 공동 2위(66.7점)를 차지했다. 노예처럼 살고 있는 사람을 찾아내 구출하는 등의 노력을 가장 두드러지게 하는 국가라는 의미다.

작년 중간선거에서 앨라배마, 루이지애나, 오리건, 테네시, 버몬트주는 재소자 강제노역 폐지를 위한 주민투표를 하기도 했다.

WFF는 “이런 (현대판 노예제 종식을 위한) 조치들은 국가 부과 강제노동의 실행에 의해 근본적으로 의미가 퇴색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