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40년 만에 더블딥 침체 가능성

코로나19 확산세로 ‘빨간불’…”재봉쇄땐 7% 위축”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W자형 더블딥(이중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더블딥은 경기침체 후 잠시 경기가 반등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다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하는 현상으로, 이런 일이 현실화되면 1980년대 초 2차 석유파동 이후 40년 만이다.

개빈 데이비스 펄크럼 자산운용사 회장은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게재한 칼럼을 통해 “시장이 미국 내 많은 주가 완전히 봉쇄될 가능성을 무시하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데이비스 회장은 “미국 내 진앙지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와 입원 환자,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면서 “옥스퍼드대학이나 모더나가 백신을 가장 빠른 속도로 개발하더라도 남은 3개월 동안 미국 경제를 코로나19로부터 구하기엔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공공정책이 남동부·남서부 선벨트의 감염률을 통제할 수 없다면 올해 남은 기간 미국의 경제 회복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연방준비제도(Fed)의 경제 전망은 이 같은 위험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펄크럼 소속 이코노미스트들이 개발한 미국 주별 코로나19 현황 추적 모델을 인용해 현재 미국 경제의 95%가 바이러스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모델에 따르면 감염병 환자 1명이 다른 사람한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는 ‘재생산지수'(R)가 미국 전체 50개주 중 45개주에서 위험 수준인 1을 웃돌고 있는데, 이를 각주별 국내총생산(GDP) 가중치에 따라 계산한 결과다.

데이비스 회장은 특히 확진자가 뉴욕 등 북동부에 집중됐던 지난 3월과 달리, 미국 전역에서 신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우려했다.

3월과 비교해 감염자 집단의 연령 분포가 어려지고 치료법이 개선되면서 중환자실 내 사망률이 낮아졌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전면 봉쇄에 대한 정치적 저항이 더 거세져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경험으로 미뤄볼 때 봉쇄 조치가 지연될 수록 감염자와 사망자는 더 늘어난다고 그는 주장했다.

데이비스 회장은 “시나리오 모델링 결과, R이 1.5 이상인 주에서는 외출금지를 포함해 완전한 봉쇄령이 필요하고, 1.25~1.5인 주에서는 부분 봉쇄령이 필요하다”면서 “그렇게 되면 올해 미 경제 규모가 약 7%p(포인트) 위축, 더블딥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이 3개월 동안 지속된다면 최근 미 경제 성장률 전망치(올해 GDP 전년대비 -6.5% 위축)와 비교해 약 2% 가까이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도 비슷한 생각이다. IHS마킷은 최근 분석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코로나19 확산세로 미뤄볼 때 더블딥이 현실이 될 확률은 50% 남짓이라고 예상했다.

앨라배마주 몽고메리의 주의회 의사당 앞에서 한 주민이 경제 재개를 요구하는 항의시위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