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카드빚 오히려 줄어든 이유는?

연방정부 현금 지급 덕분…유럽, 캐나다도 감소

코로나19으로 인한 경기침체에도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정부의 현금지원에 힘입어 개인 신용카드 부채가 감소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일 보도했다.

저널은 통상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실업 급증은 신용카드 부채와 채무불이행 증가로 이어지지만 이번에는 달랐다면서 각국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직접적인 현금 지원에 나서면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용정보회사인 에퀴팩스에 따르면 지난 2월에서 6월 사이에 미국 신용카드 부채는 1000억달러(1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캐나다에서도 신용카드 부채가 11% 줄었으며 영국과 호주에서도 각각 14%와 17% 감소했다.

유로존에서도 신용카드 부채와 회전신용이 5% 줄어들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비롯해 역대 경기 침체기에는 증가세를 보이던 미국 내 연체 계좌도 이번에는 3분의 1 정도 감소했다.

저널은 극히 이례적인 이런 현상은 정부의 직접 현금지원이 가져온 뜻밖의 효과라는 것이 경제학자와 금융업계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현금지원과 대출 상환유예 등 정부의 경기 부양조치가 많은 가구의 재정 상태를 안정시켰으며 일부에서는 오히려 재정 상황이 나아지는 모습까지 나타났다는 것이다.

저널은 경제봉쇄도 신용카드 부채 감소의 한 원인이겠지만 경제봉쇄 조치가 완화된 뒤에 직불카드 사용은 늘고 신용카드 부채는 감소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요국은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해 이례적인 현금 직접 지급 등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펴왔다.

예컨대 미국 의회는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2조8000억달러의 예산을 통과시켰으며 현재 1조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안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를 근거로 1200달러 현금 지급과 600달러의 추가 실업수당 등을 지급했으며 이로 인해 코로나19로 실직한 사람의 3분의 2 정도가 실직 전 임금보다 많은 금액의 실업수당을 받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그러나 저널은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현재 1800만명인 실업자가 더 늘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실업수당 지급기한 연장과 같은 추가 경기부양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신용카드 부채가 한순간에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켄터키주 프랭크퍼트의 한 고용센터 앞에서 주민 수백명이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