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 코로나 합병증 별세

1974년부터 7년간 재임한 최고령 전직 지도자

EU 초석 마련 평가…올해 수차례 입원치료 받아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4세.

현지 언론들은 사인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합병증이라고 전했다.

AFP통신은 유족이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고 보도했고,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이 설립한 재단 측도 사인이 코로나19에 따른 합병증이라고 발표했다.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은 올해 폐 질환과 심장 문제로 병원에 여러 차례 입원해 치료를 받은 바 있다.

지스카르 데스탱은 전임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이 재직 중 갑자기 숨지며 치러진 1974년 대선에서 우파 후보로 나와 좌파의 프랑수아 미테랑을 누르고 대권을 잡았다. 그의 나이 48세 때였다.

1974∼1981년 프랑스를 이끈 지스카르 데스탱은 유럽경제공동체(EEC)를 강화해 유럽연합(EU)으로 발전하게 하는 기반을 만들고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창설에도 역할을 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 1994년 11월 29일 베르사유궁전에서 열린 공연 만찬에서 찰스 영국 왕세자의 아내 다이애나비와 담소하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통합 유럽의 열성적인 지지자였던 그는 유럽 이사회 창설을 주도했고, 유럽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데에도 주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적으로는 낙태 합법화, 이혼 자유화와 18세로 투표 연령 인하 등과 같은 개혁 성과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랑스 고속철(TGV) 개통도 그의 재임 시기에 이뤄졌다. 2019년 별세한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이 그의 재임 때 총리를 지냈다.

지스카르 데스탱은 임기 7년을 마치고 1981년 재선에 도전했지만, 다시 맞붙은 미테랑에게 패하면서 단임에 그쳤다. 이후 미테랑은 14년간 좌파정부를 이끌었다.

지스카르 데스탱은 2차 대전 당시엔 군인이었던 샤를 드골이 세운 대독일 항전조직(레지스탕스)인 ‘자유 프랑스’에 복무했고, 1962년 드골에 의해 재무장관에 발탁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의 길에 들어섰다.

미테랑 전 대통령이 1996년, 시라크 전 대통령이 2019년 타계한 이후 지스카르 데스탱은 프랑스에서 현존하는 최고령 전직 대통령이었다.

말년에는 언론인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등 불명예를 안기도 했다.

그는 지난 5월부터 독일 공영방송 WDR 소속 안 카트린 슈트라케(37) 기자를 2018년 당시 자신의 사무실에서 성추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다.

슈트라케 기자는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 탄생 100주년을 맞아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추행했다며 프랑스 경찰에 지난 3월 고소장을 제출했다.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프랑스 대통령이 1994년 11월 29일 베르사유궁전에서 열린 공연 만찬에서 찰스 영국 왕세자의 아내 다이애나비와 담소하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