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이름 새긴 화가 “인생은 그래도 아름답다”

한인 작가 김원숙, 예화랑 개인전 ‘인 더 가든’ 내달 1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예화랑에서 개인전 여는 김원숙 작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예화랑에서 개인전 여는 김원숙 작가

지난 2019년 미국 일리노이주립대(ISU) 예술대학에 ‘김원숙 예술대학'(Wonsook Kim College of Fine Arts and the Wonsook Kim School of Art)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학교 출신 서양화가 김원숙(68)이 남편과 함께 1200만 달러(약 143억 원)를 기부했고, 학교 측이 이를 기리고자 단과대학 이름을 바꿨다. 미국 대학이 한국인 이름을 딴 첫 사례로 알려졌다.

김원숙 작가는 1971년 홍익대 미대에 입학했다가 이듬해 홀로 미국으로 떠났다. 일리노이주립대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약 50년간 미국에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1978년 세계 여성의 해에 ‘미국 여성 작가’로 뽑혔고, 1995년에는 유엔협회세계연맹(WFUNA)이 그해의 유엔 후원 미술인으로 선정했다.

혈혈단신 미국으로 떠나 50년간 작품 활동을 이어온 아내와 전쟁고아 출신 입양아에서 성공한 과학자이자 사업가가 된 남편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각자의 모교에 기부한 것 외에 한국에서 온 입양아들이 친부모를 찾을 수 있도록 DNA 검사 프로그램을 만들었고, 북한 고아를 지원하고 질병을 치료하는 사업에도 참여했다.

강남구 신사동 예화랑에서 다음 달 1일 막을 여는 개인전 ‘인 더 가든(In the Garden)’에 맞춰 남편과 함께 한국에 온 김원숙은 “지금까지 살면서 슬픈 일도, 나쁜 일도 많았다”라며 “이만큼 살면 좋지 않은 일도 많이 생길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고 의미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고 했다.

기부에 대해서는 “남편이 회사를 정리하면서 나로서는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큰돈이 생겼고, 그동안 많은 혜택을 받은 학교와 사회에 환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 이름에 남김으로써 돈 자랑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미국에서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돌려주는 것을 다음 세대까지 보여줄 수 있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전시는 김원숙의 작품 세계를 아우르는 회화와 조각 등 80여 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일상과 기억, 내면에서 길어 올린 풍경을 특유의 따뜻한 화풍으로 표현한다. 화면에는 친근하고 서정적인 이야기와 몽환적인 동화 같은 이미지가 어우러진다.

김원숙은 “내 그림은 어려운 게 아니라 일상에서 나온 이야기와 감상을 그린 것”이라며 “도도한 현대미술이라면 보통 사람이 몰라야 하는 비밀코드 같은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는 이에게 와닿지 않는 것을 와닿아야 한다고 주눅 들게 하는 난해한 현대미술은 부담스럽다”라며 “내가 느끼는 것을 관객이 느끼지 못한다면 커뮤니케이션에 실패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작가의 작품은 관람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창밖에 눈이 내리는 날 집 안에서 풍성한 가을을 그리는 여자, 꽃잎이 흩날리는 정원에서 평온한 시간을 보내는 부부 등 일상적인 모습을 담았다. 여기에 작가의 상상과 향수를 곁들인 작품이 시적인 여운을 더한다.

김원숙은 “내게는 항상 삶이 먼저였고, 예술은 살다 보면 나오는 부산물 같은 것이었다”라며 “중요한 것은 쉽지 않았지만 50년간 계속 미술을 해왔다는 것이고, 그래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30일까지.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예화랑에서 개인전 여는 김원숙 작가와 남편 토머스 클레멘트 씨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예화랑에서 개인전 여는 김원숙 작가와 남편 토머스 클레멘트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