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 지낸 공화당 밥 돌 전 상원의원 별세

참전용사 상징, 초당적 협력 강조한 정치인…클린턴 북핵위기 땐 강경노선

밥 돌 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밥 돌 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를 지낸 유력 정치인 밥 돌 전 상원의원이 5일 별세했다. 향년 98세.

돌 전 의원은 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의 상징적 존재이자 미국 보수주의 정치의 거물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인물로 통한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돌 전 의원은 지난 2월 자신이 폐암 4기 판정을 받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후 정치 쪽으로 진로를 바꿔 1951년 캔자스 주의회의 하원의원이 됐고, 1961년부터 네 차례 연방 하원의원을 지냈다. 또 1969년부터 1996년까지 캔자스주를 대표하는 연방 상원의원을 맡았다.

1985년부터 1996년까지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를 맡아 사회보장 개혁, 장애인법 등 굵직한 입법을 추진하며 초당적 협력을 끌어내는 협상력을 인정받았다. 삭막한 정치권에서 유머와 위트 넘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도 각인돼 있다.

공화당 원내대표이던 1993년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1차 북핵 위기가 터진 이후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 협상 전략을 비판하며 북한의 핵 미보유 확인, 핵 계획 중단 때까지 북한에 경제 지원을 하면 안 된다는 강경론을 펼치기도 했다.

그는 여러 차례 대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1980년과 1988년 공화당의 당내 경선 문턱을 넘지 못했고, 1996년에는 공화당 대선 후보가 됐지만 재선 도전에 나선 민주당 클린턴 당시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었다.

앞서 1976년에는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부통령 후보로 뛰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돌 전 의원은 부통령 후보 토론에서 한국과 베트남에서 벌어진 2개의 전쟁은 민주당 대통령 재임 시절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160만명의 미국인이 죽거나 부상당하게 한 ‘민주당의 전쟁’이라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당시 토론 상대방이던 민주당의 월터 먼데일 부통령 후보는 “돌 의원이 오늘 밤 독설가로서 명성을 얻었다”고 응수했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참전 용사와 전몰 장병 추모 사업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는 1997년 대통령이 수여하는 자유의 메달과 2018년 미국 최고 훈장 중 하나인 의회 명예훈장을 받았다.

2016년 대선 때 공화당 대선 후보를 지낸 인사 중 유일하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작년 대선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 등 대선 불복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24년간 상원에서 한솥밥을 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돌 전 의원의 폐암 소식이 알려지자 병문안을 하는 등 초당적 우정을 발휘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돌 전 의원에 대해 대공황을 겪고 2차 대전에서 싸운 이들을 칭하는 ‘위대한 세대’의 전쟁 영웅이자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명이라고 기렸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의 가장 훌륭한 가치를 대표하는 위대한 애국자”라고 평가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전쟁 영웅이자 진정한 애국자”라고 애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