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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태원 참사 3주기… 한국 정부, 애틀랜타 유가족 첫 공식 초청

마리에타 희생자 가족 참석 확정…”전임 대통령에 화나지만 아들이 사랑했던 나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진상규명·추모 기조 전환… 닫혔던 희생자 가족 마음 열었다

한국 정부가 오는 10월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처음으로 외국인 사망자 유가족을 공식 초청한다. 외국인 희생자 26명의 가족 가운데에는 메트로 애틀랜타 마리에타 출신 고(故) 스티븐 블레시(당시 20세) 씨의 가족도 포함됐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 6월 출범한 이재명 대통령 행정부는 전임 윤석열 정부와 달리 참사 진상규명 의지를 분명히 하며, 행정안전부 산하에 독립적인 ‘이태원 참사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또한 참사 3주기를 맞아 국내·외 희생자 추모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으며, 외국인 사망자 가족을 한국에 초청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블레시 가족, 깊은 고민 끝 참석 결정

스티븐 블레시 씨는 2022년 10월 29일 서울 이태원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로 목숨을 잃은 미국인 2명 가운데 한 명이다. 당시 그는 케네소 주립대 재학 중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었다.

한국 정부는 최근 블레시 씨의 유가족과, 사건 직후 한인 언론으로서는 유일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던 본보 이상연 대표에게 가족의 한국 추모행사 참석 여부를 타진했다. 이에 스티브 블레시 씨는 열흘 이상 가족과 상의한 끝에 지난달 30일 참석 의사를 밝혔다.

참석자는 아버지 스티브 블레시 씨와 어머니 마리아 블레시 씨, 그리고 형이자 동생의 절친이었던 조셉(조이) 블레시 씨 등 3명이다.

◇ “복잡한 심정이지만… 아들이 사랑했던 곳”

스티브 블레시 씨는 본보에 “복잡한 심정”이라며 “여전히 전임 대통령과 경찰에 대해서는 분노하지만 우리 아들이 한국을 사랑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아내가 ‘이제는 그곳에 가봐야 할 때’라고 말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초청을 거절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한국 방문에 앞서 진상조사단의 조사에도 적극 응하겠다고 밝혔다. 3년전 이태원 참사 당시 외국인 사망자는 미국과 중국, 이란, 일본 등 14개국 26명이었다.

한국 정부는 오는 10월 29일 추모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며 블레시씨 가족을 포함한 외국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는 한국 왕복 항공권과 3박 4일간의 체류 비용을 제공할 계획이다.

◇ 이재명 정부, ‘적극적 규명·진심 어린 추모’로 기조 전환

이재명 행정부는 참사 이후 논란이 됐던 초기 대응 및 진상조사 부실 문제를 재점검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외국인 유가족 초청 역시 ‘국가의 책임 있는 추모’라는 기조를 반영한 조치다.

특히 참사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 사망자 가족들은 사건 처리 과정과 정부 대응에 실망을 표하며 한국 방문을 꺼려왔다. 그러나 이번 초청은 그동안 닫혀 있던 외국인 유가족의 마음을 다시 여는 계기가 되고 있다.

블레시 씨는 2022년 참사 직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경찰의 미숙한 대응과 정부 책임 부재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참사 이후 경색됐던 한국과 유가족 간의 관계가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이태원 참사 3주기 추모행사와 진상조사 과정에서 한국 정부와 외국인 유가족 간의 소통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 주목되고 있다.

이승은 기자
가족 사진. 왼쪽부터 아버지 스티브, 어머니 마리아, 스티븐, 조셉 블레시/스티브 블레시씨 제공
고 블레시씨와 어머니 마리아 블레시씨.
고 스티븐 블레시(왼쪽)과 아버지 블레시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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