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센트럴파크서 울려퍼진 ‘이매진

존 레넌 피살 현장 인근서 40주기 추모식

1980년 이후 매년  팬들 자발적 모임 가져

40년 전인 1980년 12월 8일. 시청률이 높은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월요일 밤 경기 생중계 도중 긴급뉴스가 전해졌다.

영국 생활을 정리하고 뉴욕에서 거주하던 비틀스 출신 록스타 존 레넌이 맨해튼의 아파트 앞에서 총을 맞고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뒤따라 라디오 음악프로그램에서도 DJ들이 레넌의 피살 소식을 알렸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 뉴욕의 팬들은 TV와 라디오 앞을 박차고 일어나 레넌이 거주했던 맨해튼 72번가로 모여들었다.

팬들은 밤새 촛불을 들고 기도를 하며 충격을 달랬다. 그리고 레넌의 팬들은 다음 해 12월 8일에도 같은 자리에 모여들었다.

그때부터 매년 레넌의 주기에는 전 세계 팬들이 뉴욕에 모여 추모식을 열게 됐다.

그때부터 매년 레넌의 주기에는 전 세계 팬들이 뉴욕에 모여 추모식을 열게 됐다. 2020.12.9 koman@yna.co.kr

레넌 사망으로부터 40년이 되는 이날 오후에도 센트럴파크의 스트로베리 필즈에는 100여 명의 팬이 모여들었다.

스트로베리 필즈는 레넌의 부인 오노 요코가 아직도 거주하는 72번가 아파트 건너편 공간이다.

레넌을 추모하기 위해 뉴욕시가 1985년 센트럴파크 서쪽에 이 공간을 조성한 뒤 추모행사도 이곳에서 열리게 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수백 명의 팬이 몰렸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확연하게 수가 적었다.

특히 미국이 영국을 제외한 유럽과 브라질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외국 팬들이 줄어든데다 미국 내에서도 불필요한 주간 이동을 자제시키고 있는 영향으로 보였다.

연주자들은 비틀스와 레넌의 노래를 부르는 동안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다만 이들 주변에 모인 팬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이매진 등 레넌의 노래를 따라부르면서 레넌을 추모했다.

레넌의 추모행사는 주최자가 없는 순수한 팬들의 모임이다. 레넌의 유족은 레넌의 죽음과 관련한 행사엔 참석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최자가 없기 때문에 특별한 식순도 없다. 행사 시작과 종료 시간도 없기 때문에 팬들이 모여 노래를 부르는 것이 전부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팬들이 밤새 노래를 부르는 일도 있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대통령의 변호인인 루디 줄리아니가 뉴욕시장 재직 시절 새벽 1시 이후 센트럴파크 출입을 금지하면서 밤샘 추모식은 사라졌다.

그때부터 매년 레넌의 주기에는 전 세계 팬들이 뉴욕에 모여 추모식을 열게 됐다.

매년 레넌의 추모식을 찾는다는 60대 뉴요커 존 볼주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레넌을 추모하기 위해 모였다”며 “뉴욕에 국제연합이 있지만, 이것이 진짜 국제연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존 레넌 추모공원인 스트로베리 필즈의 중심에 놓인 레넌의 사진과 꽃들.
존 레넌이 사망한 40년 전인 1980년 12월 8일, 뉴욕의 팬들은 TV와 라디오 앞을 박차고 일어나 레넌이 거주했던 맨해튼 72번가로 모여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