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 SK이노베이션 뿐만이 아니다

이상연의 짧은 생각 제 199호

SK이노베이션 조지아 공장 건설현장의 한국인 무비자 불법취업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일부 한국 언론은 로이터통신을 인용했다며 “조지아 공장 건설이 좌초위기에 놓였다”고 까지 보도했습니다.  해당 로이터 기사를 찾아보려고 애를 썼지만 그런 내용을 담은 기사는 없었습니다.

공장을 짓는 건설업체의 불법행위 때문에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 투자 자체가 무산될 것으로 믿지는 않지만 그만큼 SK이노베이션의 현 상황이 좋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LG화학과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도 조기패소를 해서 미국 현지에서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이 가장 싫어하는 불법취업에까지 연루됐으니 솔직히 ‘퇴출’ 이야기가 나와도 할 말이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조지아주 공화당 내부의 패권 다툼이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전에도 소개해 드렸지만 이번에 연방 이민당국에 불법취업 여부 수사를 의뢰한 더그 콜린스 연방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중 측근입니다.

목사 안수를 받고 공군 군목으로 재직했고 변호사로도 활동한 독특한 이력의 콜린스 의원은 자신의 자리여야 할 연방 상원의원직을 억만장자인 여성 정치신인 켈리 뢰플러에게 뺴앗겼다는 생각에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를 원수로 여기고 있습니다.

사실 켐프 주지사는 조지아주 공화당의 ‘적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런 그가 지난 주지사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받고 주류인 케이시 케이글을 꺾었습니다. 현 연방 농무장관인 소니 퍼듀 전 주지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켐프 후보를 지원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한 덕분이지만 사실 퍼듀 장관도 켐프 주지사를 지원했다기 보다는 라이벌인 네이선 딜 전 주지사가 밀고 있는 케이글을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이 더 컸습니다. .

이렇게 트럼프의 지원으로 주류 자리를 차지한 켐프 주지사는 대통령의 뜻을 꺾고 콜린스 의원 대신 뢰플러를 선택해 분노를 사게 됐습니다. 사실 켐프 주지사가 뢰플러를 선택한 것은 콜린스 의원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습니다. 콜린스 의원을 따르는 조지아 공화당 세력이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켐프와 콜린스라는 두 공화당 지도자의 다툼이 결국 SK이노베이션의 불법취업을 두고 표면화된 것입니다. SK는 무엇보다 친 트럼프 진영의 ‘역린’인 미국인의 일자리 문제를 건드렸습니다. 사실 LG와의 영업침해 소송은 외국기업들 간의 다툼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이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도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사항입니다.

더 큰 문제는 현대와 기아,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LG전자 등 동남부 지역의 한국기업 공사현장에서 이와 비슷한 사례가 계속 이어져 왔다는 것입니다. 비슷한 한인 건설업체들이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에서 노동자를 데려왔기 때문입니다. 지역 언론들에 따르면 연방 이민당국은 1년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고 합니다.불똥이 어디로, 얼마나 튈지 걱정입니다.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