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기저질환자, 코로나 약한 이유 찾았다”

조지아 어거스타대 연구진, 저널 ‘노화와 질환’ 논문

바이러스 증식 막는 마이크로 RNA 수 현저히 감소

우리 몸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마이크로 RNA(miRNA)는 바이러스의 침투를 막는 최전선의 방어군 역할도 한다.

마이크로 RNA는 침입한 바이러스를 단단히 포박해 RNA(유전물질)를 잘라낸다. 이렇게 RNA가 파괴된 바이러스는 복제 능력을 상실해 감염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일으키는 바이러스((SARS-CoV-2)도 당연히 마이크로 RNA의 공격 대상이다.

그런데 고령자와 만성 기저 질환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맞서 싸우는 일군의 마이크로 RNA 수가 현저히 줄어들어 감염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가 유난히 코로나19에 많이 걸리고 사망자도 많이 나오는 이유를 부분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립보건원(NIH)의 지원을 받아 이 연구를 수행한 어거스타대 조지아 의대(MCG) 과학자들은 14일 저널 ‘노화와 질환(Aging and Disease)’에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이 저널은 국제 노화·질병 협회의 회보로 두 달에 한 번씩 나온다.

마이크로 RNA의 수가 감소했다는 건 전쟁에서 지상군 병력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런 조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인간 세포의 유전체를 이용해 증식하는 능력, 즉 전염력이 더 강해진다.

MCG 연구진은 2002년에 처음 나타난 사스(급성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RNA 염기서열을 관찰하면서, 이들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마이크로 RNA의 염기서열과 대조해 분석했다.

연구에 사용된 바이러스의 RNA 서열과 인간 유전체 서열 등은 NIH 유전자 서열 데이터베이스(GenBank)와 미 국립 생명공학 정보 센터 등에서 받았다.

특히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미국, 독일, 태국 등 5대륙, 17개국에서 분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샘플 29개와 사스 바이러스 샘플 4개도 포함됐다.

연구를 주도한 카를로스 이살레스 박사(왼쪽).[어거스타대 필 존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한 ‘퍼즐 조각 맞추기’를 거듭한 끝에, 사스 바이러스의 유전체를 표적으로 삼는 848종의 마이크로 RNA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를 겨냥하는 873개의 마이크로 RNA를 가려냈다.

이 가운데 558종의 마이크로 RNA는 양쪽 모두를 표적으로 삼았다. 하지만 315종은 신종 코로나만, 다른 290종은 사스만 공격했다.

신종 코로나를 효율적으로 공략하는 마이크로 RNA 그룹은 도합 10개 이상의 공격 목표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신종 코로나를 공격하는 전체 마이크로 RNA는 면역 반응 물질 생성 등 72개 이상의 생리 과정과 연관돼 있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당뇨병·심혈관질환 등 기저질환이 생기면 이런 생리 과정의 다수가 비정상으로 변하거나 전체 생리 과정의 수가 감소했다.

일례로 특정 마이크로 RNA(miR-15b-5p)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친연성이 아주 높지만, 관상동맥 질환이 있으면 작용력이 약해졌다. 반대로 건강한 젊은이의 몸에선 이 마이크로 RNA가 타고난 대로 바이러스에 결합해 복제를 차단했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29개 신종 코로나 샘플 가운데 19개는 동일한 마이크로 RNA를 갖고 있었다. 이는 코로나19에 듣는 치료 약이나 백신이 개발되면 그 효능 범위가 상당히 넓으리라는 걸 시사한다고 연구팀은 말한다.

MCG 건강 노화 센터의 공동 소장이자 논문의 수석저자인 카를로스 이살레스 박사는 “비정상 반응을 촉발해 고령 환자를 (코로나19에) 더 취약하게 만드는 핵심 마이크로 RNA 그룹이 존재하는 것 같다”라면서 “이런 마이크로 RNA 그룹을 치료 표적으로 가려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여러 개의 핵심 마이크로 RNA를 ‘칵테일’ 형태로 섞어 코를 통해 분사하는 방법 등을 검토하면서, 합성 마이크로 RNA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연구의 초점은, 가장 효과적인 마이크로 RNA를 가려내 코로나19의 보조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맞춰질 듯하다./연합뉴스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등 코로나19의 위중한 증세가 호중구의 과잉 활성화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많을 땐 전체 백혈구의 70%를 차지하기도 하는 호중구는 NETs라는 독성 DNA 망(화살표)으로 박테리아 등 병원체를 공격한다.
[콜드스프링하버 연구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