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주가조작·공천개입 등 혐의…12일 영장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통일교 청탁 의혹 등으로 수사받고 있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7일 전격적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2일 수사 개시 이후 36일 만이며, 김 여사를 첫 소환 조사한 지 하루 만의 조치다. 이에 따라 헌정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부부 동시 구속 가능성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김 여사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오정희 특검보는 “구속영장 요건에 모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증거 인멸 우려 등 형사소송법상 요건을 충족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여사가 전날 조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해 증거 인멸 우려가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구속영장에는 김 여사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에 자금을 댄 ‘전주’로 가담했다는 혐의가 포함됐다. 이 사건은 이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을 포함한 관련자 9명이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으며, 판결문에는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사용됐다고 명시됐다.
최근 특검은 수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증권사 직원과 주고받은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했고, 그 안에는 “계좌 관리인에게 40% 수익을 주기로 했다”는 등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지하고 있었던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김 여사는 2022년 재보궐 및 총선 당시 국민의힘 공천 과정에 개입한 혐의, 2022년 4~8월 사이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통일교로부터 부당 청탁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당초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특검이 추가 조사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특검은 “추가 수사보다는 신속한 신병 확보가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12일 결정된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10분 김 여사의 영장실질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 부장판사는 앞서 ‘내란 공모’ 혐의를 받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통일교 윤모 전 세계본부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 바 있어 이번 결정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만약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윤 전 대통령은 현재 2022년 12·3 비상계엄령 수립 시도 등 내란 예비·음모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