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연방상원의원이 사설 복지센터 찾은 이유는?

‘한인 시니어들과 만남’?…사실은 한인 개인 운영 시니어 센터 방문

정치참여 의미 왜곡 우려…한인사회 의견 제대로 반영할 기회 봉쇄

지난 27일 조지아주 귀넷카운티 노크로스에 위치한 한 사설 시니어 복지센터에서는 특별한 정치 행사가 열렸다.

오는 11월 중간선거에 출마한 라파엘 워녹 연방 상원의원이 공약을 발표하고 한인 시니어들의 지지를 호소하는 자리였다. 행사의 타이틀은 ‘한인 시니어들과의 만남’이었지만 참석자들은 이 사설센터 관계자들과 이곳에서 케어를 받고 있는 노인들 뿐이었다.

이날 모임은 공영 방송인 C-SPAN이 녹화해 방송했는데 방송 화면에 따르면 참석자는 40명 남짓이었다. 워녹 의원은 이 자리에서 시니어 유권자들을 겨냥해 “헬스케어는 곧 인권이기 때문에 이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하겠다”면서 “현재 조지아 주민 60만명 가량이 보험 커버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데 주정부는 메디케이드 확대를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증오와 인종적 편견에 맞서 싸우고 일자리와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 나의 임무”라면서 “여러분을 위해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지지해 달라”고 당부했다. 워녹 의원은 기아자동차 공장을 언급하며 ‘반도체와 부품 등의 공급망 해소를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한인 사회를 위한 별다른 공약은 발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한인사회 대상의 정치행사가 개인 비즈니스에서 별다른 홍보도 없이 열린 이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치인이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사설 기관을 방문할 수도 있지만 ‘한인 시니어와의 만남’이라는 거창한 제목의 행사를 누가 이런 방식으로 기획했는지 궁금해하는 것이다.

현재 한인사회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정치 참여’이다. 특히 이번 중간선거는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주요 정치인들에게 제대로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요 정치인을 불러서 한인사회를 위한 약속도 아닌, 일반적인 공약만 듣게 되는 ‘그들만의 잔치’가 이러한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봐야 한다. 이번 행사는 특히 한인 미디어를 선별적으로 초청하면서 이같은 오해를 자초하기도 했다.

이날 연설이 끝나자 한 한인 시니어는 워녹 의원에게 “911 서비스에 노인 대상 응급 시스템을 적용해야 한다”고 건의했으며 워녹 의원은 “너무 좋은 의견이다. 적극 반영하겠다”고 답변했다. 만약 이 행사를 보다 확대해 한인 시니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었다면 더 많은 의견과 약속이 교환됐을 것이다. 무엇보다 캠페인에 분주한 워녹 의원 같은 거물 정치인이 한인 시니어들을 다시 만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애틀랜타를 비롯한 미주 한인사회에는 선거철만 되면 나타나는 일종의 ‘정치 브로커’들이 있다. 대부분은 순수한 정치 참여 봉사를 위해 노력하지만 일부는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거나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주류 정치인들을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이들 때문에 정치인들이 더 많은 한인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기지 않기를 바란다.

이상연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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