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캥거루…70대 노인 공격해 살해

호주서 참변, 1936년 이후 처음…야생종 애완용으로 사육하려다 참변

호주의 회색캥거루떼
호주의 회색캥거루떼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주의 외딴 시골에서 70대 노인이 캥거루의 공격으로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고 AP 통신과 영국 BBC 방송 등 외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지난 10일 웨스트오스트레일리아주(WA)의 주도 퍼스에서 400㎞ 떨어진 마을 레드몬드에서 한 77세 남성이 중상을 입고 자택에 쓰러져있는 것을 그의 친척이 발견, 당국에 신고했다.

경찰과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캥거루 한 마리가 이 노인 곁에서 위협적인 자세를 취하며 접근을 막아서고 있었고, 이에 경찰이 즉각 캥거루를 사살했다.

호주 법률은 토종 동물을 애완용으로 삼는 것을 제한하고 있으며, 이 남성이 동물 사육과 관련한 허가를 보유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현지 동물구조단체에서 캥거루과 동물을 담당하는 타냐 어윈은 “해당 캥거루는 수컷 성체로 보이는데, 이들은 공격적인데다 포획된 상태에서 잘 지내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캥거루는 귀여운 동물이 아니라 야생동물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호주 남서부에 주로 서식하는 서부회색캥거루 종은 개체별로 몸무게 54㎏, 키 1.3m까지 자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격적인 성격의 수컷들은 동족과 싸울 때와 마찬가지 방식으로 사람에게도 종종 덤벼드는데, 앞다리로는 상대방을 붙들어놓고는 근육질의 꼬리로 몸통을 지탱한 채 뒷다리로 강력한 발차기를 한다고 한다.

캥거루 전문가인 그레임 콜슨은 “두 발로 서는 인간의 자세가 수컷 캥거루에게는 도전처럼 받아들여진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7월에는 퀸즐랜드주에서 한 67세 여성이 다리에 골절상을 입는가 하면, 뉴사우스웨일스주(NSW)에서는 세 살배기 여자아이가 머리에 깊은 상처를 입는 등 캥거루 습격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진 것은 1936년 이후 처음일 정도로 매우 드문 경우라고 BBC는 설명했다.

1936년에는 뉴사우스웨일즈주(NSW)에서 38세의 남성이 캥거루의 공격을 받은 후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수개월 뒤 사망한 바 있다.

당시 그는 대형 캥거루의 습격을 받은 반려견 두 마리를 구하려다가 턱뼈가 부러지는 등 머리에 중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