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지원 받은 백신업체 “이익 남기겠다”

모더나·화이자·머크 ‘원가에 팔 수 없다’ 연방 의회 증언

아스트라제네카·존슨앤드존슨 “이윤 안 남기겠다” 선언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사 일부가 백신을 팔아 이익을 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21일 연방하원 청문회에 출석한 다섯개 제약사 대표 가운데 모더나와 머크, 화이자 등 3개사 대표가 백신으로 이윤을 남길 계획임을 시사했다.

모더나의 스테판 호게 의장과 머크의 줄리 거버딩 최고의료책임자(CPO)는 모두 “백신을 실비만 받고 팔지 않겠다”고 말했다.

모더나는 정부로부터 백신 개발비 4억8300만달러(약 5766억원)를 지원받았음에도 백신으로 이윤을 얻겠다고 밝힌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부 지원금을 받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스이 이윤을 내지 않겠다고 한 것과 대비됐다.

존 영 화이자 최고사업책임자(CBO)는 백신으로 이윤을 얻을 생각이라면서 “현 상황이 매우 특수하다는 점을 알기에 이를 백신가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앞서 화이자는 백신의 임상 적용 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금을 거절했다.

이날 청문회서 일부 의원은 정부지원을 받지 않은 화이자가 ‘백신가 부풀리기’를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NYT는 전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스은 백신이 개발되면 이윤 없이 팔겠다고 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개발에 정부지원을 받는 대신 3억명분을 공급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이윤을 남기지 않고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존슨앤드존슨의 경우 ‘이미지 개선’에 목적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국 제약사들이 ‘버려진 존재'(pariah status)에서 ‘국가에 꼭 필요한 존재’로 바뀔 수 있다”면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 남용을 방치했단 문제로 송사를 치른 존슨앤드존슨을 예로 들었다.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스, 모더나, 화이자는 이날 청문회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백신개발이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머크가 개발 중인 백신은 아직 임상시험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간 제약사들이 전염병 앞에서도 이윤만 따져왔다는 비판이 거세다.

최근 중국 등에서 발병한 흑사병(페스트)의 경우 연간 2500명의 환자가 발생함에도 1999년 백신개발이 중단됐다. 발생 건수가 많지 않고 항생제로 치료가 가능해 제약사들이 이윤을 낼만큼 백신 수요가 없어서다.

각국의 ‘재촉’에 코로나19 백신이 안전성이 필요한 만큼 확인되기 전 대량공급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코로나19 대유행에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는 것을 이유로 제약사들은 임상시험 단축이나 효능 입증 전 대량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특히 건강상태나 연령, 인종에 구분 없이 백신이 작동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다.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스, 화이자는 청문위원들에게 보낸 사전 성명에서 백신개발 과정에서 다양성을 고려해 취약층에도 백신이 효과가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화이자.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