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주 등 코로나19 백신기피 지역서 리제네론 등 무료 투여
“비싸면서 매우 후진적 전략”…“잔존보호 효과 짧아 대체 안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낮은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 항체치료제 투약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는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증가하면서 최근 몇 주 동안 코로나19 감염을 치료하기 위해 단일클론항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 조지아 등 일부지역 리제네론 공급 7월들어 5배 증가
이 같은 현상은 주로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거부감이 큰 지역들이다. 악시오스는 이에 코로나19 백신 예방 접종률이 낮고 다른 안전예방 조치를 취할 의지가 거의 없는 소수의 주에서 이 치료법 사용에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7월 중순부터 리제네론의 코로나19 항체 칵테일요법 ‘REGEN-COV(성분 성분 카시리비맙·임데비맙)’ 공급은 일주일간 약 2만5000회분에서 약 12만5000회분으로 5배 증가했다. 리제네론 측은 이들 물량 중 절반은 플로리다, 텍사스, 미시시피, 앨라배마주로 배송됐다고 밝혔다.
조지아주 달턴시의 경우 아예 상설 투여소를 개설하고 원하는 주민 누구에게나 항체치료제를 4회 투여해주고 있다.
해당 치료제는 약 25분간 정맥주사 형태로 주입되며 투약이 끝난 이후에도 약 1시간동안 의료진이 관찰해야 한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는 최근 코로나19 항체치료제 투약센터를 개소하면서 “(항체치료제는) 코로나19에 걸릴 위험이 평균보다 높은 사람이 감염될 경우 조기에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국제학술지 ‘감염병공개포럼(Open Forum Infectious Diseases)’에 소개된 실제 사례를 보면 코로나19 항체치료제를 투약한 고위험환자들은 응급실 방문 또는 입원할 확률을 31%가량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항체치료제, 백신과 쓰임새 달라 대체 안돼
하지만 미국 내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표하는 전문가들 의견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가 백신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크리스티안 라머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가족건강센터(FHCSD) 보건 및 감염 담당 책임은 지난주 미국 로스엔젤레스타임스에 “코로나19에 노출된지 10일 이내 투약하는 항체치료제는 많은 환자들에게 효과적이지만 백신을 대체할 순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비싸면서 매우 후진적인 전략”이라며 “(코로나19에) 공격하지는 않고 방어만 하는 것과 같다”며 의학적으로 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리제네론 항체치료제의 경우 한 차례 투약에 1250달러(약 145만원), 백신 접종은 약 20달러(약 2만3300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댄 로스 트리니티헬스시스템 임상 책임자는 “백신은 (코로나19) 최전선에서 1차 방어선 역할을 한다”며 “애초에 감염되지 않도록 하면서 병원 입원 가능성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단일클론항체는 2차 방어선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전문가들도 백신과 항체치료제는 쓰임새 자체가 다르다는 평가다.
이관 동국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는 “항체치료제는 몸에서 항체가 만들어지는게 아니고 감염됐을때 즉시 치료를 하는 것”이라며 “백신처럼 면역력이 생기는게 아니고 코로나19에 감염돼 급할때 인위적으로 만든 항체를 넣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 접종률이 낮아 궁여지책으로 쓰이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백신은 적어도 효과가 몇 개월은 가고 그 뒤에도 잔존하는 예방효과가 있다”며 “항체치료제는 예방 효과가 있어도 몸속에서 오래 안간다”고 말했다.
◇일부 백신 거부자들에게 대안일 수도
일각에서는 백신 접종에 강한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에겐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데이비드 스타네스 플로리다주 펨브로크메모리얼병원 수석 간호 책임은 “지난 12월부터 항체치료제로 2000명 이상 환자가 치료받는 것을 감독했다”며 “코로나19 환자들의 90%는 예방 접종을 받지 않았다. 놀라운 점은 10년 넘게 연구해온 백신은 죽을 정도로 두려워하면서도 이 실험적인 항체칵테일 요법은 기꺼이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엔젤레스타임스는 코로나19 항체치료제로 치료를 받은 후 예방 접종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사례도 있었다.
단일클론항체 또는 항체치료제는 하나의(단일) 항원에만 반응하는 항체를 말한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로는 국내에선 셀트리온이 개발한 ‘렉키로나주(성분 레그단비맙)’가 있으며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코로나19 감염 후 투약한 리제네론 및 일라이릴리 제품이 있다.
지난 5월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위탁생산하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비어바이오에서 개발한 ‘소트로비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최근 아스트라제네카는 자체 개발한 항체치료제 ‘AZD7442’가 코로나19 발병률을 낮췄다는 임상3상 결과를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