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판사, 트럼프 행정부 센서스 조기 마감 ‘제동’

루시 고 판사 “인구 적게 반영하면 연방예산 지원·정치 대표자 잃을수도”

법원이 인구조사(센서스)를 조기 마감하려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방침에 제동을 걸었다고 블룸버그·AP 통신이 25일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연방지법의 한인 루시 고(51) 판사는 전날인 24일 밤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이 인구조사의 마감일을 앞당기고 데이터 수집을 축소하는 인구조사 재계획을 수립하도록 명령해 연방법을 위반했다고 판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초 10월 31일로 정해져 있던 인구조사 마감 시한을 9월 30일로 앞당기려 했으나 법원이 이를 막은 것이다. 미 행정부는 또 조사 결과의 대통령 보고 시점도 내년 4월 30일에서 올해 12월 31일로 앞당기려 했다.

민권·이민자권리 단체들과 로스앤젤레스(LA)·시카고 등 일부 도시들은 연방 센서스국과 그 상급기관인 상무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들은 인구조사 일정이 단축되면 소수인종 등이 조사에서 누락돼 최소한 10년간 이들 소수인종이 사는 지역에 대한 연방정부·주정부의 자금 지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이런 일정 단축이 불법 이민자들을 인구조사 결과에서 배제해 연방의회 의석수 배정에 반영되지 않도록 하려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인구조사를 통해 파악된 주민 수는 연방의회에 의석을 배분하거나 대통령선거 때 투표할 투표인단 수를 정하는 기초 자료이자, 연간 1조5000억달러(약 1762조원)에 달하는 연방정부 예산 분배의 기준이 된다고 AP는 전했다.

미국에서는 10년에 한 번 인구조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그만큼 매 조사가 중요한데 올해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유행으로 대면접촉이 어려워지면서 조사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전인 3월 시작된 인구조사는 당초 7월 말 종료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터지면서 10월 말로 연장됐다. 그러다 다시 9월로 앞당겨졌다.

고 판사는 숫자를 파악하기 힘든 인구의 작은 일부만 수를 덜 세도 이 지역 주민들은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정치적 대표자를 상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 판사는 이에 따라 인구조사를 예정대로 10월 말까지 계속하도록 하고 보고 시점은 내년 4월 말로 늦추는 예비명령을 내렸다.

한국계인 루시 고 판사는 이민 2세로, 한국 이름은 고혜란이다.

2010년 캘리포니아 북부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 판사로 임용되며 한국계 최초의 연방지법 판사란 기록을 썼다. 2012년 시작된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권 분쟁의 재판장을 맡기도 했다.

2016년에는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대통령 후보 진영에서 연방대법관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루시 고 판사. [법무부 제공=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