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규 위원장 등 기존 위원 5명 “현 집행부와 신뢰 깨져”
이홍기 한인회장 “사퇴 수용…회관 보수 위해 대책 마련”
UGA 석좌교수인 주중광 박사 내외의 기부금 40만달러로 실시되던 애틀랜타한인회관 보수 공사가 한인회 집행부와 건물 관리위원회의 갈등으로 중단 위기에 놓였다.
김백규 관리위원장과 이국자, 이경철, 박건권 위원은 24일 오후 1시 둘루스 한식당 서라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한인회 집행부와의 신뢰가 깨져 더 이상 관리위원회 활동을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해 모두 사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은 윤모세 위원도 함께 사퇴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한인회관 건립 초기부터 함께 하던 멤버이며 애틀랜타 소녀상 건립위원회 활동도 함께 해왔다. 김 위원장은 “이홍기 회장이 위원장 직을 제의하며 회관 보수를 전적으로 맡겼고, 주 박사 내외의 기부금도 관리하도록 했다”면서 “하지만 자금 집행 과정을 의심하는 등 원치 않는 상황이 벌어져 일을 함께 하기 어렵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라디오코리아에 지불된 6만불 수표가 도화선
이번 사퇴 발표에는 김백규 위원장 명의로 박건권 위원이 대표로 있는 애틀랜타라디오코리아에 발급된 6만달러 수표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위원장은 “한인회 측에서는 음향과 조명 공사를 하면서 왜 입찰을 받지 않고 특정인에게 일을 맡겼냐고 하지만 한인 업체가 2곳 밖에 되지 않고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 기자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김 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로 알려진 박건권 위원에게 6만달러가 전달된 점에 대해 한인회가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질문하자 박 위원은 “내가 공사를 한 것이 아니라 한인회에서 음향 일을 하고 있는 M씨가 대표로 있는 음향 전문업체가 공사 주체”라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M씨가 추천한 장비 5만8000여 달러 어치를 회사 크레딧카드로 구입했고 이를 근거로 김 위원장이 수표를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박 위원은 이날 아마존 등에서 구입한 음향기기 영수증을 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한인회 관계자는 “지난달 30일 6만달러 수표 지급과 관련해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박건권 위원에게 영수증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무슨 비리라도 있다는 거냐’고 가시돋친 반응을 보였다”면서 “당시 박 위원이 다음날 영수증을 제출하겠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어떠한 영수증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M씨의 요청으로 장비를 구입했다는 사실도 밝히지 않았고, 김백규 위원장에게 보고할테니 한인회는 간섭하지 말라며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면서 “공사 비용 절감에는 동의하지만 추후 음향과 조명에 문제가 발생하면 애프터서비스는 누구한테 받아야 하는거냐”고 지적했다.
◇오랜 갈등이 결국 한인회관 수리 ‘발목’
김백규 위원장은 “매주 위원회가 회의를 갖고 있지만 한인회장과 집행부 측 위원들의 참석률은 매우 낮았다”면서 “관심을 갖고 참여하지도 않으면서 뒤에서 이러저러한 불만을 쏟아내 함께 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이번 6만달러 사건 만이 사퇴의 이유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2014년 한인회관 건립위원장을 맡아 회관 건립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김 위원장은 “앞으로 수리기금 모금을 위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자금이 부족할 경우 사재를 10만달러든, 20만달러든 출연해 회관 보수를 마무리할 생각이었다”면서 “개인적으로 회관에 애착을 갖고 있어 최대한 노력하려 했지만 현 집행부와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홍기 한인회장은 “김백규 위원장과 위원들의 의사를 존중해 사퇴를 수용한다”면서 “향후 회관 수리작업 속개를 위해 이사회와 의논해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상연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