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 “놀랍고 충격적…미친 것 같다”

 

한국 친척·지인에 전화…”평화적 해결 당부”

미국 한인 사회는 3일 고국에서 타전된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관련 뉴스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여전히 한국의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특히 애틀랜타의 한인 사회도 큰 충격에 빠졌다고 AJC가 보도했다. 계엄령은 국회 내 반정부 세력과 북한 친화적인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조치라고 발표됐지만, 많은 한인들은 이를 민주주의 위기라고 우려하고 있다.

애틀랜타 인근 도라빌에 위치한 한인 순교자 성당에서 모임을 가진 60~70대 한인 이민자들은 “미친 것 같다”며 충격과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엘리자베스 김(72) 씨는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서울에서 교회를 통해 정부의 보도 통제를 피해 소식을 접한 경험을 회상하며 “계엄령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북한과 관련된 큰 사건이 터진 줄 알았다”며 “지금 이 시대에 정치적 이유로 계엄령을 선포하다니, 정말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애틀랜타에 위치한 로펌 Arnall Golden Gregory의 랜스 리 변호사는 “계엄령은 극도로 심각한 상황에서만 발동되는 것”이라며, “정치적 어젠다가 시민들의 일상에 영향을 미치고 혼란을 야기한다면 정부의 본질적인 목적이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날 ‘미국의 한인들은 서울에서 벌어진 상황들을 이해하려고 노력 중’이라는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에 따른 현지 한인들의 반응을 이같이 소개했다.

버지니아주 애넌데일에서 보험회사를 운영하는 김종준(56) 씨는 계엄령 선포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놀라고 충격을 받았다”고 NYT에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떠난 후 한국이 많은 것을 성취했는데 “정치가 왜 80년대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며 지금의 한국 정치 상황이 “조금 부끄럽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이 폭풍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도 강조했다.

계엄령 선포에 국회 앞은 아수라장
계엄령 선포에 국회 앞은 아수라장

NYT는 미국의 “많은 한인은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민자 공동체에서 발행되는 한국어 신문을 읽으며 여전히 한국의 정치에 깊은 관심을 갖는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날 미국 전역의 한인들은 급박하게 전개되는 한국의 사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 휴대전화를 붙잡고 한국에 있는 친지,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전했다.

NYT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대한 미국 한인들의 초기 반응은 일치된 듯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때때로 한인사회 내에 격렬한 정치적 분열이 있었지만, 적어도 이번 문제에 대한 즉각적인 입장은 대체로 비슷했다는 것이다.

미국 한인단체 미주한인협의회(CKA)의 에이브러햄 김 사무총장은 계엄령 해제 전 입장문에서 “한국이 강력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고 계엄령이 평화적으로 해제되길 바란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