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저녁에 ‘Hagwon'(학원)에 가고, 집에 와서도 새벽까지 공부하는 게 흔하다.”
CNN이 한국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킬러 문항'(killer questions) 논란을 화두로 던지면서 한국 사회의 사교육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집중 조명했다.
CNN은 1일 홈페이지 대문 화면에 지난해 11월 서울 한 교실에서 대입 수능을 치르는 수험생들의 사진과 함께 ‘한국이 출산율 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8시간 짜리 시험(수능)에서 킬러 문항을 없앤다’라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를 배치했다.
한국 교육 당국이 킬러 문항을 상대로 칼을 빼든 것은 과도한 사교육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려는 시도라고 CNN은 설명했다.
이 매체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아기가 걷기 시작할 때쯤이면 많은 부모가 이미 사립 엘리트 유치원을 찾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녀가 18살이 돼 수능을 치르기까지 부모와 수험생 모두 ‘고되고 값비싼 여정’을 치러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와 같은 현실은 학계, 당국, 교사, 학부모가 일제히 교육 불평등과 청소년의 정신적 문제의 원인으로 꼽고 있으며, 심지어 출산율 급감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고 CNN은 설명했다.
특히 CNN은 한국 학생들이 다니는 학원을 영어로 번역하는 대신 고유명사 ‘Hagwon’으로 표기하면서 “한국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바로 저녁에 학원에 가고, 집에 와서도 새벽까지 공부를 이어가야 한다”고 전했다.
이같은 세태를 ‘극한 생존 경쟁'(rat race)이라고 꼬집은 CNN은 “한국은 교육비 때문에 자녀를 18세까지 키우는 데 가장 돈이 많이 드는 나라로 정기적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를 고치기 위한 노력이 지금까지는 대체로 효과가 없었다는 게 CNN 분석이다.
최근 16년 간 한국 정부가 2000억 달러(263조원) 이상을 쏟아부으며 출산을 장려했지만 성과가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CNN은 활동가들을 인용해 “한국은 고착화한 성 규범을 해체하고, 일하는 부모를 위한 지원을 확대하는 등 더 깊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킬러 문항을 손본다는 게 오는 11월 수능을 준비해온 수많은 고교생의 불만을 불렀으며, 이들은 급작스러운 변화에 마치 “기습당한 기분”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CNN은 한 트위터 이용자가 “사교육 열풍을 없애는 길은 킬러 문항을 없애거나 수능 난도를 낮추는 게 아니다”라며 “학벌과 상관없이 안전하고 좋은 보수를 받는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썼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