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尹 앞서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특전대대장 내란 재판서 증언…자신을 대통령 만든 표현 돌려받아

‘국회 질서유지’ 질문엔 “질서유지 군 임무 아냐…총 왜 가져가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현직 특전사 대대장이 법정에서 던진 이 한 마디가 방청석을 울렸다. 이 말은 과거 윤 전 대통령이 검사 시절 국정감사장에서 한 발언으로, 그를 ‘외압에 굴하지 않는 강골 검사’로 대중에게 각인시킨 상징적 표현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21일 열린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출석한 김형기 육군 특전사 1특전대대장(중령)은 증인 신문 말미에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며 자신의 군 생활과 신념을 밝혔다.

김 대대장은 “마흔셋의 나이에 23년간 군 생활을 해왔다”며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이 바뀌지 않는 제 신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조직에 충성합니다. 조직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고 했습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발언이 끝날 즈음,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윤 전 대통령은 눈을 감고 있다가 조용히 고개를 들어 김 대대장을 바라봤다.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상황. 과거 자신의 소신 발언이 이번에는 정반대의 위치에서, 정반대의 메시지로 되돌아온 셈이다.

김 대대장은 앞선 검찰 신문에서도 내란 혐의와 관련된 핵심 증언을 했다. 2024년 12월 계엄 당시, 상관인 이상현 특전사 1공수여단장으로부터 “국회 의원들을 담을 넘어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명령이 부당하다고 판단했고, 자신의 부하에게는 해당 명령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상명하복이 원칙인 군대에서 누군가는 저에게 항명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에게 주어진 진짜 임무, 국민과 국가를 지키는 데 충성했습니다.” 김 대대장은 이같이 말하며, “덕분에 제 부하들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고, 덕분에 민주주의는 지켜졌습니다”라고 증언을 마무리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이 반대신문 과정에서 “국회 질서유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해봤느냐”고 묻자 김 대대장은 단호히 “질서유지는 군 임무가 아닙니다”라고 일축했다. 이어 “질서를 유지하러 총을 왜 가지고 가겠습니까?”라는 말에 방청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또한 “시민이 국회에 무단 진입한 것은 잘못된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들어올 만하니까 들어왔겠죠”라고 응수하며, 당시 시민들의 상황과 정서가 단순한 불법 행위로 단정 지을 수 없었음을 시사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대장은 “군이 다시는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언론이 강하게 감시하고 비판해 달라”고 덧붙이며 증인석을 떠났다. 윤 전 대통령의 상징이었던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그를 법정에 세운 목소리로 되돌려 받은 것이다.

법정에 출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