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문서기록관리청 1491건 풀려…”내년말 추가 공개”
58년 전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 사건과 관련된 정부 비밀문서 1400여 건이 일반에 공개됐다.
15일 AP,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은 이날 해당 사건과 관련한 문건 1491건을 공개했다.
공개된 문건에는 중앙정보국(CIA)의 내부 전문과 메모, 연방수사국(FBI) 보고서 등이 포함됐다.
일부는 공산주의 동조자였던 오즈월드가 옛 소련이나 쿠바의 지시를 받았을 것이란 의혹을 제기했고, CIA나 FBI를 배후로 의심하는 이들도 있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정적이 암살을 저지르고 오즈월드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웠다는 시나리오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문건들에선 이런 음모론을 뒷받침할 만한 새로운 내용이 당장은 눈에 띄지 않는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대신 이 문건들은 조사당국이 소련과 아프리카 공산주의자 단체, 이탈리아 마피아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대상을 케네디 암살 배후로 용의선상에 놓고 조사했던 당시 상황을 상세히 보여준다.
CIA가 작성한 한 메모는 오즈월드가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에서 소련 대사관에 전화를 걸어 소련 입국비자 발급을 요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오즈월드는 이에 더해 주멕시코 쿠바 대사관을 찾아가 소련 비자가 나올 때까지 쿠바에 머물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련과 쿠바는 입국을 거절했고, 오즈월드는 1963년 10월 3일 미국으로 돌아왔다. 케네디 암살 한 달여 전이었다.
암살 며칠 뒤 작성된 또 다른 메모에는 멕시코시티에서 통화감청 중 오즈월드가 같은 해 9월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을 알아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메모에는 멕시코 당국에 체포된 쿠바 대사관 관계자가 “(대사관을 찾은 오즈월드가) 공산주의자이자 카스트로 숭배자라고 고백했다”고 진술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케네디 전 대통령은 쿠바의 공산혁명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과 재임 기간 갈등을 빚었다. 그래서 카스트로 전 의장이 암살의 배후란 설도 제기된다.
이날 공개된 문건 중에는 오즈월드가 신문에 실린 카스트로 전 의장의 AP 통신 인터뷰 기사를 보고 케네디 암살을 결심했을 가능성을 미 정부가 검토했다는 내용과, CIA의 카스트로 전 의장 암살 계획과 관련한 내용도 있었다.
다만, 정부는 케네디 암살 관련 문건 중 약 1만4000건가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남은 문건들은 관련 기관 검토를 거쳐 내년 12월 15일까지 공개 여부를 정할 것이라고 NARA는 밝혔다.
연방 의회는 1992년 케네디 암살 기록 수집을 위한 법을 제정하면서 수집된 기록을 25년 내로 공개하도록 했다. 이후 상당수 문건이 공개됐으나 민감한 정보는 예외적으로 기밀로 유지돼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