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좀비 한인 언론은 자폭하라”

본보 비대위 회계문제 보도에 한인회장 ‘막말’

제기 의혹 사실로 밝혀져…올바른 언론관 필요

“엉터리 보도와 허위기사를 쓰면서 한인사회를 분열시키는 좀비들은 스스로 자폭하시기 바랍니다”

지난 10월8일 김윤철 한인회장이 한 한인단체의 단톡방(단체카톡방)에 올린 글이다. 애틀랜타 K 뉴스의 한인 비대위 회계부실 문제 보도에 반박하는 김윤철 회장의 주장을 전해주며 본보 기사 등을 ‘아니면 말고식 보도’라고 지적한 지역한인방송 KTN의 유튜브(해당 동영상 링크)가 단톡방에 게시되자 곧바로 올린 글이다.

단체 카톡방의 문구.

 

이에 앞서 전직 한인회장 1명이 “엉터리 기사들을 보도하는 매체들이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고, 김회장은 자신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한인 언론을 좀비라고 규정한 뒤 ‘자폭하라’는 막말까지 한 것이다.

애틀랜타 한인사회를 대표한다는 한인회장의 이같은 발언을 참다 못한 한인 차세대 1명은 댓글을 올려 “지역사회가 성장하려면 언론은 시민들에게 보고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책임이 있기에 존중돼야 한다”면서 “주관적으로 ‘제 역할을 해야 인정한다’는 잣대는 단체장의 올바른 의견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 차세대는 이어 “인정할 수 있는 사실 여부를 떠나 반대와 비판적인 시각에 귀와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단체, 기관과 리더들의 직무유기이며 지역사회는 성장할 수 없다”고 일갈했다. 차세대가 한인회장보다 더 성숙한 시민의식과, 훨씬 올바른 언론관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

사실 한인 비대위의 부실 회계문제는 언젠가는 밝혀질 ‘시한폭탄’과도 같은 것이었다. 비대위 소속 3개 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기로 했고, 실제로 3개 단체 임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모여 실시했던 사업인데 해산을 앞두고 “원래는 한인회 사업이니까 한인회가 단독으로 회계를 처리하겠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한인회를 제외한 다른 2개 단체는 “강제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면서도 “이같은 일처리가 한마디로 투명하지 않다”며 의혹의 눈초리를 쏟아 냈다. 실제 이같은 한인회의 주장은 귀넷카운티의 연방 기금 수혜 기관으로 지정된 후 표면화한 것이어서 의심은 더욱 커졌다. 결국 한 관계자가 “혼자 처리한다는 CKA 영수증을 귀넷카운티에도 사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을 해줬다.

단체 카톡방의 차세대가 했던 지적처럼 ‘시민들에게 보고하고 정보를 전달하는 책임’이 있었기에 귀넷카운티에 정보공개를 요구했고, 결국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그러나 한인회 측은 지난 22일 열린 CKA 지원기금 보고행사에서도 “귀넷카운티에 처음으로 지원금을 청구한 것이 10월 5일이었기 때문에 아직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했다”고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물론 9월 4일에 청구한 1만6693,08달러의 정체가 드러나면 영수증 중복사용이 밝혀질까봐 한 말이었을 것이다. 또는 한인언론을 ‘좀비’ 정도로 인식했기 때문에 이렇게 간단한 사실도 드러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마련이다.

사실 귀넷카운티가 제공한 자료를 받아들고 언론인이라는 자리를 떠나 애틀랜타 한인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많은 고민을 했다. 한인회가 연방정부의 1차 지원금 10만달러와 2차 지원금 32만5000달러 등 총 42만5000달러 가운데 1만7000달러도 사용하지 못하고 부정 청구단체로 낙인 찍힐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에 제공돼야 할 연방 기금이 중단되면 결국 한인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잘못을 드러내고 바로 잡지 않으면 한인사회에 올바른 미래는 없을 것이라는 믿음이 이러한 걱정보다 컸기 때문에 이번 보도를 결정했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해 귀넷카운티 관계자들이 한인사회와 대화를 갖기 원한다는 소식이 간접적으로 들려오기도 한다. 무엇보다 바로 지금이 한인사회의 지도자들이 나설 때이다.

한편 김윤철 한인회장은 비대위 해산 과정에서 나왔던 여러가지 회계 문제를 보도했다며 “허위기사를 보도한 애틀랜타 K 뉴스는 애틀랜타한인회의 취재를 금지한다”는 문구를 한인회관 정문에 붙여놓았다. 금방 드러날 진실을 숨긴 채 신뢰가 생명인 언론사의 보도를 ‘허위기사’라고 단정하며 오히려 실체도 불분명한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도 아니고 명예훼손으로 제소하겠다고 주장하는 단체장과,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옮겨적는 사람들 모두에게 “마지막 남은 이성을 회복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끝으로 정작 명예훼손 소송은 애틀랜타 K 뉴스가 제기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상연 대표기자

한인회관에 부착된 본보 출입금지 경고문.